구로 철도차량기지 이전… 광명시 밤일마을 주민 등 반발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전원주택 단지인 밤일마을 앞. 도덕산 아래쪽으로 조성돼 맑은 공기와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건물이 깨끗하고 조용했다. 현재 이곳에는 100여 세대, 45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8만5,000평 그린벨트 훼손으로 도덕산 푸른숲이 사라진다니 웬말이냐’, ‘구로차량기지 이전 결사반대’ 등의 내용이 담긴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박철희 구로차량기지 이전 광명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이곳에 철도차량기지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건 불과 두 달 전인 올 3월 초”라며 “이전부터 차량기지이전 문제가 거론됐지만 우리 마을 바로 앞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덕산 아래 전원마을이라 조용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남은 인생을 보내려 왔는데 바로 옆에 철도차량기지라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주민들은 ‘이전반대’를 촉구하며 광명시 전역에서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3만 명 이상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주민들은 “박영선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 민원해결을 위해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추진한 것이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박 장관을 향한 원성을 높이고 있는 상태다. 정치인의 자기 지역구 챙기기로 인해 엄한 곳의 주민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구로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처음 언급된 것은 14년 전 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발전종합대책의 하나로 서울 구로구에 있는 철도차량 기지를 이전하기로 하고 타당성 조사를 벌였다.
이후 2008년 광명 노온사동과 구로구 항동, 부천 범박동 등 3개 지역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2013년 광명 노온사동을 최종후보지로 선정, 2차 타당성 조사를 벌여 2016년 최종 확정했다.
노온사동 차량기지는 현 구로차량기지에서 9.4km 떨어진 곳으로 28만1,000㎡에 지어질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1조700여만원이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2차 조사를 토대로 광명시와 협의를 벌였지만 시는 주민들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 만큼 △차량기지 전체 지하화 △구로차량기지~노온사동 후보지(9.4km)까지 설치예정인 정차역 3개를 5대로 확대 △노온사동~서울역 전철 운행 간격을 기존 20분에서 5분으로 단축 등 3가지 조건수용 후 협의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는 국토부가 조건 수용불가 입장을 내고, 뒤늦게 사실을 안 주민들의 반대목소리가 높아지자 그동안 내세운 ‘조건부 협의’에서 최근 ‘절대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실제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광명 노사온동 철도차량기지 주민공청회’에 참석 “(국토부가 우리의 3가지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내부 보고서에도 ‘구로구민조차 혐오시설로 인식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광명으로 이전하려는 것은 33만 광명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시내 중심부에 있는 노온사동에 철도차량기지가 만들어지면 진입철로로 광명시의 허파인 도덕산과 구름산을 연결하는 산림 축이 훼손되기 때문에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가 15%만 넘어도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시의 조건대로라면 70% 이상 늘어나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광명시와 시민들을 상대로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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