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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경상적자… 커지는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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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경상적자… 커지는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 우려

입력
2019.06.0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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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배당 등 계절적 요인”에도 무역전쟁 여파 수출 둔화 우려 

 세입 감소 예상 속 복지 지출은 증가… 재정 적자 심화 가능성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부산=연합뉴스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부산=연합뉴스

장기간 안정적인 흑자 추세로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해 온 경상수지가 지난달 무려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지만, 수출부진 속에서도 이어져 온 흑자 행진이 끝내 마침표를 찍자 ‘수출 한국’의 위상도 이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커지는 재정부담까지 감안하면, 우리에게 낯설었던 무역과 재정의 ‘쌍둥이 적자’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7년 만의 경상적자 왜?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 이후 7년간 지속되던 역대 최장 기간 흑자 행진도 막을 내렸다.

지난달 적자는 매년 4월에 집중되는 연말 결산 법인들의 배당이 크게 작용했다. 경상수지 구성 항목 중 하나인 ‘본원소득수지’가 43억3,000만달러 적자를 봤는데, 이는 지난달 외국인을 중심으로 67억8,000만달러의 배당소득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3월(26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적자는 4월의 ‘계절적 요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달 배당소득 지급액은 작년 4월(76억6,000만달러)보다 오히려 줄었다. 또 본원소득수지 적자 폭이 더 컸던 지난해 4월에도 경상수지는 13억6,000만달러 흑자였던 걸 감안하면, 무작정 ‘4월의 특수성’만으로 보기엔 설명이 불충분하다.

결국 지난달 경상적자는 최근 수출둔화의 충격을 피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수출입의 결과를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최근 1년 새 96억2,000만달러에서 56억7,000만달러로 흑자 폭이 40% 가량 줄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고, 미ㆍ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교역량이 줄어든 게 주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ㆍ일본인 중심으로 국내 입국자가 늘어나며 여행수지가 개선돼 또 다른 국제수지 항목인 ‘서비스수지(-14억3,000만달러)’ 적자 폭이 작년(-19억8,000만달러)보다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 점도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이 됐다.

연도별 경상수지 흑자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연도별 경상수지 흑자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관건은 하반기 수출 

정부와 한은은 5월 경상흑자를 자신하고 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5월엔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되고, 일시적 요인(배당)도 해소돼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작년보단 적긴 해도 연간 600억달러 경상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일시적인 요인에 영향 받는 월별 지표보단 연간 기조를 봐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이 2015년 최고치를 기록한 뒤 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주요국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배당 같은 계절성 요인을 제거하면 4월 경상수지가 오히려 약 34억달러 흑자”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4월 경상적자는 일시적이라는 데 이견은 없는 편이다. 다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상수지는 국가 신뢰도와 직결돼 안심할 처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적으로 더 확산될 경우 수출 중심의 우리 경상수지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하반기에도 수출이 개선되지 못해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면 큰 문제”라며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이 2% 아래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경상적자 소식에도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내린 달러당 1,178.6원으로 거래를 마쳐 환율에 끼친 당장의 악영향은 적었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0.1% 오른 2,069.11로 장을 마감했다.

 ◇”복지 부담 증가로 쌍둥이 적자 걱정해야 할 수도” 

7년 만에 현실화된 경상적자는, 갈수록 부정적 전망이 높아지는 재정 상황과 맞물려 이른바 ‘쌍둥이 적자’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성장률 하락 추세와 기업활력 저하로 향후 세수는 크게 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각종 경직성 복지예산 급증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실제 올해 국가 예산에서의 복지 등 ‘의무성 지출’은 약 241조원으로 전체 정부지출(약 470조원)의 51%를 넘어섰다. 이는 작년(217조원)보다 11%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정부의 중기재정운용 계획대로라면 2022년엔 의무지출이 293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복지 분야 지출은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을 켜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4개 공적연금, 장기요양보험,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 지원, 건강보험, 구직급여 등 다양한 복지 법정지출은 지난해 전년대비 9.8% 증가한 95조7,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작년보다 12%나 증가한 107조원에 이르렀다. 향후 3년 동안에도 9.5%, 10.1%, 9.5% 등의 높은 증가율이 예약돼 있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장률이 하락하면 기업 이익과 가구 소득 증가가 둔화돼 법인세, 소득세 등 세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부 지출보다 선심성이 큰 복지 지출을 우선적으로 늘리고 있어 추후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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