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할 힘이 없네요.” “우리에겐 아직 8강이 있습니다.”
한국 20세 이하(U-20) 월드컵대표 선수들이 5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후반 39분 터진 오세훈(20ㆍ아산)의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고 지난 2013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축배를 들기 이르단 생각이다. 승리 직후 협회 동영상채널 ‘인사이드캠’이 담은 선수들 반을 보면 대체로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 부은 듯 기진맥진한 모습 속에서도 ‘아직 대회가 더 남았다’며 기쁨의 표현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정정용(50)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도전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며 우승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의 골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무효가 되고, 실점 위기에선 일본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도 따랐지만, 한국은 결정적 순간 논란의 여지 없는 골을 터뜨리고 당당히 아시아 유일의 8강 진출팀이 됐다. 한국은 이날 전반부터 일본에 밀리는 경기를 펼쳤지만 정 감독은 후반 들어 중앙수비수 이지솔(20ㆍ대전)을 빼고 공격수 엄원상(20ㆍ광주)을 투입, 포백으로 전환하는 공격적 선택을 내려 일본을 공략했다.
한국은 후반 4분 일본 고케 유타(20)의 득점이 VAR 판독결과 오프사이드로 취소되는 등 실점위기를 겪었고, 후반 32분 미야시로 다이세이(20)엔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때리는 위험한 순간을 맡기도 했지만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상대 집중견제 속에서 공격 활로를 뚫어냈다. 결국 후반 39분 절호의 득점 기회를 살려내며 승기를 잡았다. 최준(20ㆍ연세대)이 왼쪽 측면에서 넘긴 크로스를 오세훈이 골 지역 정면에서 번쩍 솟아올라 머리에 갖다 대 방향을 틀어놓은 게 골 문으로 빨려 들어가 결승골이 됐다. 현대고 출신 선수들이 합작해낸 완벽한 골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VAR 판정과 골대의 불운에 땅을 쳤다. 일본 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이날 승부를 두고 “감독 능력차이가 있었다”, “일본의 근성이 부족했다”고 전한 팬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U-20 월드컵에서의 의미 있는 기록을 새로 썼다. 이날 선발 출전해 63분을 소화한 조영욱(20ㆍ서울)은 한국선수의 U-20 월드컵 최다경기 및 최장시간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재작년 국내에서 열린 이 대회에 출전해 16강까지 4경기를 치른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날까지 4경기째 출전해 고(故) 조진호 감독과 김진규 오산고 코치의 7경기 기록을 깼다. 이날까지 총 652분을 뛰어 기존 최장시간 출전 기록(630분ㆍ조진호)을 깬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은 경기를 펼쳐 이강인이 내 기록을 더 깨기 어렵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꺾고 8강에 먼저 올라 있는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과 9일 오전 3시 30분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이날 결과에 따라 한국의 U-20 출전 역사도 새로 쓰이게 된다. 16강에서 이변이 속속 일어나며 이후 대진도 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가 말리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프랑스는 미국에 2-3으로 졌다. 한국은 4강 진출 시 미국-에콰도르전 승자와 결승을 다투게 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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