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발원한 길이 4,000㎞ 메콩강이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남중국해와 만나는 베트남 남부 빈롱성. 지역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뿐만 아니라 상류 국가에서 버린 오물들이 지나는 마지막 관문이다. 여기서 육지를 떠난 쓰레기들은 이후 대양 한가운데서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루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대단히 낮은 실정이다. “비 내리면 다 쓸려 내려갈 것들을 왜 건져 올려?”(빈롱성 주민)
5일 세계 환경을 날을 맞아 한화그룹이 이곳에서 작은 실험 하나를 시작했다. 메콩강 지류 빈롱성에서 태양광 모듈로 작동하는 쓰레기 수거선박 2척 기증식을 갖고 부유 쓰레기 퇴치 작전에 들어갔다.
한화가 기증한 보트는 길이 6.45m, 폭 2.3m, 길이 2.6m 크기로, 주변 지역과 어울리지 않게 앙증맞게 생겼다. 보트 지붕에는 한화 큐셀의 고성능 태양광 모듈 10장씩 장착됐다. 이 장치로 생산된 전기와 배터리로 하루 6~7시간 가량 메콩강 지류를 오가며 컨베이어 벨트로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건져 올린다. 보트 2대 기준 연간 200톤을 수거할 수 있는 성능이다. 가격은 대당 약 1억원. 한화 관계자는 “이번에 기증한 선박은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만 구성된 친환경 보트인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중앙 및 빈롱성 정부 관계자, 지역 대학 등의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증식에서 최선목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은 “세계 1위의 태양광 사업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이라며 “한화의 글로벌 전초 기지인 베트남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 응우옌 반 따이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 환경총국장은 “이번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베트남 전역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행된 시연회에서 ‘이 보트 2대가 과연 도움이 될까’하는 회의가 나왔다. 치워도 치워도 쓰레기들은 끊임 없이 흘러왔고, 이따금씩 큰 쓰레기들이 보트 전면 쓰레기 투입구를 막기도 했다. 응우옌 티 티엔 푸엉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 과학기술국장은 “이번 캠페인은 베트남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 중의 하나”라며 “이 캠페인이 베트남 국민들의 환경의식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 보트를 이용한 메콩강 쓰레기 수거 캠페인 동영상은 베트남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게시된 관련 동영상은 이날 현재 조회수 340만, 공유 9,000건을 기록 중이다. 한화 관계자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미 캠페인을 응원하며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하롱베이, 다낭 등지로 캠페인을 확대해 베트남과 동남아, 글로벌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한화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너지 등이 진출해 생명보험, 항공엔진, 태양광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빈롱(베트남)=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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