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인 고액 상습 체납자는 내년부터 최장 30일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여권이 없는 체납자에 대해서도 사전에 출국금지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확정ㆍ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된 탈세 행위 근절 대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올해 말 국세징수법과 지방세징수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우선 호화생활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법원 결정으로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감치명령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넘게 3회 이상 국세를 내지 않아 체납 합계가 1억원 이상(과태료는 체납액 1,000만원 이상)이고,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안 낸 경우다. 이 경우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출석 과반수로 해당 체납자의 감치 여부를 가리게 된다. 다만 감치 전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고, 동일한 체납 사실로 재차 감치하는 일이 없도록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앞으로는 여권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체납자에 대한 출국금지도 가능해진다. 여권 미발급자에 대한 출국금지가 불가능한 현행법을 악용해 체납자가 여권을 만들고 발급 즉시 해외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당한 사유 없이 5,0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하고, 재산 해외 도피 우려가 큰 체납자가 대상이다. 아울러 주거 형태나 소비 지출, 재산 현황 등 생활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재산은닉 혐의가 있는 체납자는 적극적으로 출국금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금융실명법을 개정해 체납자의 재산조회 범위도 확대한다. 현재는 체납자 본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만 허용돼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숨겨둔 재산을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면 5,000만원 이상 체납자의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까지 금융조회가 가능해 은닉재산 환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악의적 고액체납자에 대한 행정적 대응을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고가주택에 살거나 고급 자동차를 보유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체납자를 중점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수색을 강화할 방침이다. 고의적으로 체납처분을 회피하는 면탈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체납자 본인뿐 아니라 조력자까지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 대응한다.
체납자가 복지급여나 건강보험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지 않도록 체납 관련 자료를 보건복지부와도 공유한다. 체납자가 복지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실이 확인되면 환수하고 벌칙을 적용한다. 기초생활보장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을 부과할 예정이다. 정부 포상에서도 체납 액수 등과 상관없이 체납이 있는 경우 모두 제외된다.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운전면허 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납세자보호관이 참여하는 지방세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해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한다. 행정안전부가 연내 지방세법을 개정하면 2020년 체납분부터 적용된다. 현재 10회 이상 체납자는 11만5,000여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부처별 소관 법률 개정안을 연내 마련하고, 범정부적대응 강화 방안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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