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들 “모든 조현병 환자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 옳지 않아”
조현병을 앓는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다 사고를 내 3명이 숨진 가운데 온라인 공간에서 또다시 조현병 대책 마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은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조현병 환자들의 기능이라든가 생활하는 모습이 굉장히 다양하다”며 “저희 외래도 한 300~400명 정도 조현병 환자분들이 다니시는데, 한 60% 이상의 조현병 환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거나 학교를 다닌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분들은 직장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 때 직접 운전을 해서 가신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만 갖고 ‘모든 조현병 환자들의 운전면허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을 하는 건 다소 좀 과잉 반응일 수도 있겠다는 염려도 해 본다”고 밝혔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현병 환자는 제발 운전 못 하게 해달라. 무섭다”(ch*****), “조현병을 앓고 있는 운전자는 잠재적 범죄자로 봐도 무방하다”(Jn*****), “조현병 환자는 사회와 단절시켜야 한다”(ra*****)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도 증상 정도에 따라 법적으로 운전면허증 발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령에 보면 조현병, 치매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해당 분야 전문의가 인정하는 경우 (운전면허증 발급) 결격 사유가 된다”며 “그 말은 질환 자체가 결격 사유가 되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그 질병으로 인해 운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전문의 판단이 있는 경우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말은 뒤집어 말하면 전문의 판단에 의해서 운전이 가능하다고 생각 된다면 그건 면허 발급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을 때와 받지 않을 때가 굉장히 극명하게 모습에 차이가 난다”며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을 때는 여러 충동적인 행동이나 우발적인 행동이 발생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고 있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환자들이 다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지인, 그리고 직장에서 마주쳤던 사람들 중에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이 조현병 치료를 하고 있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지만 병에 대해 말을 해주지 않으면 저도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잘 지내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현병은 약물 치료를 적기에만 잘 받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고 또 재발하지 않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다만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조현병 환자가 약을 끊었을 때 전조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위험 신호가 있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도 지난 4일 오후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조현병 환자가 약을 꾸준히 복용할 경우 증상이 조절되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인식은) 그건 옳지 않다”며 “조현병 환자들 대부분은 피해의식이나 피해망상이 있게 되면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특히 강력범죄를 놓고 보면,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더 낮다”며 “운전이라든가, 여러 가지 사고의 경우도 사실 조현병 환자분이 일반인보다 전반적으로 사고율이 낮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7시 34분쯤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 65.5㎞ 지점에서 박모(40)씨가 몰던 화물차가 역주행을 하다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박씨와 그 아들(3)이 숨지고 정주행하던 포르테 차량에 타고 있던 최모(29)씨가 숨졌다. 사고 이후 숨진 최씨가 이달 말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샀다. 최씨 차량에서는 청첩장 여러 장이 발견됐다. 박씨 아내는 조현병을 앓는 남편 박씨가 최근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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