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미국과 영국이 '놀랄 만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회담에서 무역협정과 브렉시트, 중국 화웨이 이슈 등을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같은 시각 영국 곳곳에서는 예고됐던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메이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날 준비를 함에 따라, 미국은 (영국과) 놀랄 만한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무역협정에 따라 양국 교역량을 2배, 3배까지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열린 조찬 겸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미국과 ‘견고한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공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메이 총리도 “(양국 간에는) 대단한 파트너십이 있으며, 좋은 양자 무역협정을 통해 이를 더 강화할 수 있다”며 호응했다. 이날 조찬 모임에는 앤드루 왕자,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 양국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영ㆍ미 주요 기업 각 5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했다.
조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퇴 의사를 밝힌 메이 총리에게 이를 다시 생각할 것을 당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함께 일해서 매우 영광이었다"면서 "정확히 (사퇴)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자리에) 머무르면서 한번 거래를 해보자"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를 ‘나보다 더 뛰어난 협상가’일 수 있다며 치켜세웠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별다른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는 양국 간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과 미국은 화웨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와 관련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중국 정보 당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우방 국가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해왔으나, 영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과 관련한 비핵심 장비에 한해서는 화웨이 제품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회담장인 총리 관저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난민, 여성 및 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반(反)트럼프 집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전날 국빈만찬 참석을 거부한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참석했다. 반트럼프 시위대는 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약 6m 크기의 기저귀를 찬 ‘트럼프 베이비’ 풍선을 띄우며 항의했다. 런던뿐 아니라 버밍엄, 옥스퍼드, 에든버러 등 영국 곳곳에서 이 같은 시위가 열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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