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우리가 아는 그 회사 맞아?”
이민아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알려진 신세계그룹의 초대형 후원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은 물론 동료들 모두 어리둥절했다고 전했다. 축구협회가 지난달 15일 신세계그룹이 오는 2024년까지 총 100억원(연간 약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단 소식을 밝힌 뒤 선수들은 대체로 기뻐하기 앞서 ‘신세계가 왜, 어떤 조건으로’ 지원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 또는 놀라움을 먼저 드러냈단 얘기다.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간 여자대표팀은 남자대표팀에 비해 여러 여건에서 뒤떨어지는 대우를 받아 왔다. 대표팀 소집 수당은 남자대표팀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비행기를 타고 3시간 이상 이동할 땐 비즈니스석을 타는 남자대표팀과 달리 여자대표팀은 항상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A매치 평가전이 없어 대표팀이 손발을 맞출 기회도 적었다.
이 같은 푸대접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온 여자대표팀의 자취는 남자대표팀에 비해 결코 부족함 없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상위 5팀에게만 여자월드컵 티켓을 주는 아시안컵에선 5-6위 결정전까지 거친 끝에 귀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세계의 지원은 그저 어쩌다 떨어진 행운이 아닌 보상이자, 투자다.
여자대표팀은 이번 프랑스 대회부터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석을 탄다. 축구선수들의 컨디션과 경기력에 직결되는 조치로, 이제라도 실현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란 게 여자축구계 목소리다. 무엇보다 기쁜 건 100억원의 투자와 별도로 연간 2차례 이상의 국내 평가전이 열린다는 것. 여자축구의 미디어노출과 팬 증대, 한 발 더 나아가 마케팅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물론 책임도 따른다. 이 같은 후원이 5년 뒤에도 꾸준히 이어지려면 여자대표팀의 국제대회 활약은 물론 철저한 도덕적 책임도 동반돼야 한다.
협회는 이번 후원을 계기로 여자축구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전했다. 이정섭 축구협회 홍보마케팅 실장은 “항공기 좌석 등급 등 모든 면에서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차별 받지 않도록 하거나 차별의 폭을 최대한 좁혀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신세계그룹과 공동상품 개발 등 마케팅 협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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