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4일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이뤄진 경험이 있고 현재도 그게 가능할 수 있는 여러 환경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식적 절차를 생략한 ‘실무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 정상 간 원포인트 회담이나 핫라인을 통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것과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협상이 재개되는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 대화의 재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엔 일본 오사카에서 이달 28~29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 간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돼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 후 처음으로 외신기자들과 만난 김 장관은 ‘평화 경제’를 강조했다. 모두 발언에서 그는 “대한민국 경제는 저성장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타내듯이 생산가능 인구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정착을 촉진하는 동시에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유지하며 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지속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공고하게 정착시키고 평화가 경제가 되는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김 장관은 정부가 추진 의사를 밝힌 대북 식량 지원 관련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 세계식량계획(WFP)과 구체적인 논의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쌀값이 안정세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식량난 실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 “(보도되고 있는) 쌀값은 몇몇 도시를 대상으로 해서 비공식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것을 갖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북한에서 발병한 것으로 공식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해서는 “우리가 북한에 말라리아 예방약을 보냈을 때와 보내지 않았을 때, 접경 지역의 말라리아 환자 수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남북 간 방역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측이 최근 ASF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협력을 제안한 데 대해 북측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조속한 답변을 바란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비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