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속 압박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와중에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한국 정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에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갈등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중국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미국이 바라니까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기업이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린 뒤 한국에 ‘화웨이 제재 전선’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미국에 편승할 경우 한중관계에 있어 잘못된 판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저강도 압박을 한 셈이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측 발언에 대해 4일 “중국이 기존 정례 브리핑 등을 통해 사용해 온 표현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계획과 관련해 중국 측 당국자는 “적극적 자세로 연구하고 있고 한국 외교부, 주중 한국대사관과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 주석 방한이 무산됐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아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완전히 불발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경색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당국자는 “한국이 계속해서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이 인도적 식량지원을 계기로 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화답하지 않고 있지만 “한번 요청했는데 답 없다고 할게 아니라 계속 (화해) 제스처를 해 나가면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서도 강경 대응은 적절치 않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북 대화가 진전 없는 상황에 대해 불만 표시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며 “중국은 한미 양측에 강경 대응하기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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