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단체조 공연 관람 포착, 리설주 옆자리로 위상 높아져
50여일 동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근신설’이 돌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4일 모습을 드러냈다. 대집단체조 공연 관람 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인 리설주 여사 옆자리에 배석한 것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되며 전보다 위상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이어 처벌설이 돌던 인물의 모습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조직 개편ㆍ전략 수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 5ㆍ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의 수행단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의 공개활동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참석 이후 52일 만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 제1부부장은 리설주 여사 오른편 옆자리에 앉았다. 제1부부장 직함을 달고 있는 그가 리수용 당 부위원장보다 최고지도자 가까이에 앉았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공백기를 거치며 정치적 입지가 오히려 확대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신문이 수행원 명단을 호명할 땐 당 부위원장들 뒤로 김 제1부부장이 불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명 순서와 좌석 위치가 정치적 위상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구체적인 해석은 삼갔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이틀 연속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책임을 추궁 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미ㆍ대남 대화 국면의 주역들이 활동을 재개한 것 자체가 협상 재개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노이 회담 결렬 원인 분석, 전략 점검, 조직 정비 등 일련의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는 뜻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문책설, 처형설이 돌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형성ㆍ강화될 경우 향후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를 두고서는 ‘처형설’과 ‘복귀임박설’이 혼재해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김 대표가 현재 구금된 채 조사를 받고 있으며 ‘무거운 벌’을 받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이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외무성에 접근 가능한 이들이 수주 전 김혁철 대표를 봤다고 얘기한다”고 귀띔하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신변에 이상이 없음을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초청한 간담회에서 “(북한 인사와 관련)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한 ‘인민의나라’와 관련, 신문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시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ㆍ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보도했다. 공연이 10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임에도 거침없이 비판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 특유의 솔직 화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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