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유럽 전역에서 선박 추돌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부 선박의 운항을 아예 금지하자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기존 비판에 더해 해양과 내륙 수로에서 발생하는 잦은 선박 사고가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대형 선박 반대(No Big Ships)’는 전날 시위를 열고 대형 크루즈선 운항을 베네치아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대형 선박이 거대한 비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조짐을 보였다”며 “시민들이 수년 간 베네치아에서 대형 선박을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만인 지난 2일 베네치아 주데카 운하에선 크루즈선 ‘MSC 오페라’ 호가 선착장으로 돌진해 정박 중이던 유람선과 추돌하는 사고를 내 5명이 다쳤다.
도시에 관광 수익을 가져다 주는 크루즈선 운항에 시민들이 반기를 든 건 거대한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에선 2012년 발생한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 침몰 사건 이후 대형 선박의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시 승객 4,000명을 태우고 이탈리아 서쪽 토스카나 해안을 지나던 여객선이 암초와 부딪혀 좌초되며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4월에는 크루즈선 ‘MSC 프레시오사’ 호가 베네치아항 승객용 보행로를 덮치기도 했다.
크루즈선 운항을 전면 금지하자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더라도 다른 국가 역시 크고 작은 선박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바이킹 크루즈’의 유람선은 승객 171명을 태우고 네덜란드 테르뇌전 해안을 지나던 중 유조선과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유조선 측면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유람선은 식당이 완전히 박살 날 정도였다. 승객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바이킹 스카이’ 유람선은 지난 3월 외국인 관광객 1,300명을 태우고 노르웨이 스타방게르에서 트롬세로 이동하던 중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이 사고로 헬기 5대 등이 구조작업에 투입됐으며 20여명이 다쳤다.
이번 다뉴브강 참사처럼 내륙 수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스위스 국적의 크루즈선 ‘MS 에델바이스’는 네덜란드 네이메헌시 인근 바알강에서 차량을 실은 화물선과 부딪혔다. 이 충돌로 크루즈선이 강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 쪽으로 밀리면서 선박이 크게 파손되고 화재에 휩싸였다. 유럽에서 내륙 수로 사고가 잇따르는 건 강을 지나는 크루즈선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강운항중앙위원회(CCNR)에 따르면 유럽의 강을 이용하는 크루즈선은 2017년 총 346척으로 2004년 대비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