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왕실로부터 환대를 받으며 영국 국빈 방문 일정에 들어갔으나 그의 방문을 비판하는 런던 시장과의 설전, 반 트럼프 시위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흘 일정으로 영국을 처음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스 왕세자 부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환영식을 시작으로 왕실 주요 인사들과 함께 일련의 성대한 행사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첫 방문인 지난해 7월 실무방문 때는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여왕과 짧은 티타임만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환영식 후 여왕과 오찬을 함께 한 뒤 여왕의 안내로 로얄갤러리를 둘러봤고 앤드루 왕자 안내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들러 1ㆍ2차 세계대전 등에서 숨진 무명용사비에 헌화했다. 이어 저녁에는 버킹엄궁에서 양국 주요 인사 1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만찬 행사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런던 방문은 정말 잘 되고 있다”며 "여왕과 왕실 전체가 환상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만찬 행사에는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 대표와 존 버커우 하원의장, 반스 케이블 자유민주당 대표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인종차별적 발언 등에 동의할 수 없다며 불참했고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마클 왕자비에 대해 ‘형편없다(nasty)’고 발언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특히 첫 무슬림계 런던시장인 사디크 칸은 트럼프 대통령 방문 전인 1일 옵저버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적 위협인 극우세력 중 가장 끔찍한 사례”라며 20세기 파시스트를 닮았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올린 트윗에서 “그는 완전한 실패자”라며 “칸은 매우 끔찍하고 무능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떠올리게 한다”며 맞받아치며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영국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도한 CNN에 대해 “그것을 잠시 시청한 후에 꺼버렸다”고 불만을 쏟아내며 CNN의 모기업인 AT&T 불매 운동도 언급했다. 그는 “소유주 AT&T는 왜 뭔가를 하지 않는가”라며 “사람들이 AT&T 사용이나 가입을 중단한다면 그들은 어쨌건 시청률에서 죽어가는 CNN에 큰 변화를 강요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국과의 관계는 튼튼하다”며 “어떤 항의 시위대도 아직 보지 못했지만, 가짜뉴스는 그들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영국 각지에서 '반(反) 트럼프’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회담하는 4일 런던 의회 광장에서 약 6m 크기의 '트럼프 베이비' 풍선도 띄울 계획이며 런던에 모이는 시위대는 25만명에 달할 것으로 더타임스가 전했다. 국빈 만찬에 불참한 코빈 노동당 대표도 반 트럼프 집회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라고 노동당이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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