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ㆍ유승민 등 민심 잡기 잰걸음… 김병준도 귀국 본격 활동 예고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약 3주 간의 장외투쟁으로 지지층에 존재감을 굳힌 데 이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황교안식 정책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이처럼 황 대표가 ‘한국당 원톱’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등 보수진영 내 경쟁그룹도 동시에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경제대전환위 출범식을 열고, 김광림 최고위원과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등 3명의 공동위원장을 필두로 70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당 사상 최대의 단일 프로젝트를 띄웠다. 경제대전환위엔 김종석 간사를 비롯해 이종구ㆍ곽대훈ㆍ김성원ㆍ윤상직ㆍ추경호ㆍ유민봉 등 당내 ‘정책통’들이 포진, 대선조직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다. 앞으로 8월까지 △비전 2020(14명) △활기찬 시장경제(25명) △공정한 시장경제(18명) △따뜻한 시장경제(13명) △상생하는 노사관계(11명) 등 5개 분과로 나뉘어 현 정부 실정을 짚고 대안을 마련한다.
황 대표가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두고 메머드급 프로젝트를 띄운 건 당 내외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승부수로 읽힌다.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정부ㆍ여당을 견제할 제1야당 대표임을 각인시켰다면, 경제대전환위 활동으로 내실까지 증명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는 출범식에서 “위원회가 만드는 정책들은 내년 총선과 나아가 대선까지 우리 당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황 대표가 안정적으로 당대표의 권위를 굳혀가면서, 그와 겨루게 될 보수진영 잠룡들도 잰걸음에 나선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쪽은 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유튜브 합동방송에서 160분 ‘맞장 토론’을 벌인 홍준표 전 대표다. 그는 토론에서 자신을 ‘패전투수’에 빗대며, “주전투수가 잘하면 불펜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지만, 못하면 불펜에서 또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황 대표에 대한 견제와 대권 도전 뜻을 숨기지 않았다. 홍 전 대표가 대척점에 있는 유 이사장과 서로 경청하며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장시간 토론한 데 대해선 여야 대치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호평이 나왔다.

황 대표에게 당 지휘봉을 넘긴 뒤 미국으로 떠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두 달 만에 귀국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사람의 기대도 있고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며 “국가를 위해 문제가 많은 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역시 대학 강연을 통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엔 2, 3일 간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글을 남기는 등 페이스북 활용도 부쩍 늘었다. 다만 그는 지난 3일 경북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일 어려운 길로 꿋꿋이 가겠다”며 바른미래당에서 경쟁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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