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국민취업지원제’ 도입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층 실업자라도 구직 활동을 하면 6개월 동안 최대 50만원의 수당을 받는 ‘한국형 실업부조’가 내년 하반기 도입된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만 받을 수 있어 현재 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특수고용형태근로자나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이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4일 11차 일자리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취업지원제도 추진 방안과 공공 고용서비스 발전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기존의 직업훈련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일종의 청년수당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폐지한 뒤 새로 도입하는 한국형실업부조제도에 통합하기로 하고 이를 ‘국민취업지원제도’로 명명했다.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실직자를 위한 핵심적 고용안전망 역할을 했지만 전체 취업자의 45%(1,200만명)가 제도 밖에 있고, 보험에 가입한 이직자 중 20%만이 실업급여(지난해 기준 약 130만명)를 받는 등 문턱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은 20여년만에 고용안전망을 큰 틀에서 완성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사회안전망이라는 퍼즐의 빈 공간이 한 곳이 채워졌다. 다른 사회복지정책들이 개선되는 데도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위소득 50% 이하 구직자 신청 가능
만 18~64세의 취업취약계층이 받을 수 있는 국민취업지원제도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Ⅰ유형은 일종의 실업급여인 구직촉진수당을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안에 취업경험이 있는 구직자 중 △중위소득 50%(월 85만3,504원ㆍ1인 가구 기준) 이하이며 △고액 자산가가 아니면(잠정기준 재산 합계액 6억원 미만)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2년 안에 취업경험이 없어도 신청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 △청년층(만 18~34세)의 경우 중위소득 120%(월 204만8,410원) 이하인 경우 매년 약 10만명 △중위소득 50% 이하인 경력단절여성 등도 일정 인원(내년 1만명 예정)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 취업 후 근속기간에 따라 최대 150만원의 취업성공수당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취업성공패키지를 정비한 Ⅱ유형은 일종의 직업훈련비용을 지급하는 제도다. 직업훈련에 필요한 비용(구직활동비용)으로 최대 40만원(교육비, 교통비 등)을 6개월까지 지원한다. I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 중에서 △중위소득 60% 이하인 구직자 △특정취약계층(노숙인, 북한이탈주민 등ㆍ소득 기준 없음) △청년층(소득기준 없음) △중장년층(중위소득 60~100%)이 신청할 수 있다. ⅠㆍⅡ유형 모두 성실하게 취업 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엔 지원을 못 받는다. 구진촉진수당은 고용보험 가입여부와 관계없이 지원받을 수 있지만 실업급여와 중복 수급은 불가능하다. 실업급여(최대 240일) 수급이 끝난 실업자의 경우 수급 종료 후 6개월 뒤에도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면 이후 한국형 실업부조의 혜택(구직촉진수당 혹은 구직활동비용)을 받을 수 있다.

◇성실한 구직자 기준 마련이 관건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의 도입은 고용보험의 빈 틈을 메워 실직자들에게 고용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제도의 성패는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고 차단하고 이용자들의 활발한 구직활동을 유도해 실제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등에 수당 지급을 중지하고 부정수급자는 지급된 수당을 반환한 후 5년 간은 취업지원을 받지 못하는 내용의 제재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성실한 구직활동’을 한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명문화할 방침인데, 추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성실한 구직활동’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정부는 우선 내년 7월 제도를 시행해 하반기에만 총 35만명(예산 5,040억원 예상)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중위소득 기준을 60%(Ⅰ유형)까지 확대해 대상자를 60만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이재갑 장관은 전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결과를 인용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으로 빈곤가구 인원이 36만명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제도 도입을 위해 올 하반기 국회 통과를 목표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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