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ㆍ야노스씨, 현지 추모행사ㆍ홍보 앞장
“한국에서가 아니라 머나먼 헝가리에서 일어난 사고니까 쉽게 잊혀질 것 같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열심히 추모하고 기억하고 알릴 겁니다.”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만난 헝가리인 김 야노스(38)와 한국인 김희선(38)씨 부부는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이날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한국 노래 ‘아리랑’(6월 5일자 한국일보 1면ㆍ다뉴브 강물 적신 ‘추모의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허블레아니(인어)호 침몰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추모 행사 자체는 아마추어 합창단 ‘치크세르더(Csíkszereda)’가 기획했으나 행사가 성대하게 열릴 수 있었던 배경엔 이 부부의 활약이 있었다.
희선씨와 야노스가 만난 건 2008년 캐나다에서였다. 희선씨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에서 일하고 있었고, 야노스는 휴가를 맞아 어머니가 살던 캐나다에 찾아갔다. 오랜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한 야노스는 ‘나두버리 야노쉬 칼먼’이라는 긴 이름을 버리고 아내인 희선씨의 성을 받아 ‘김 야노스’가 됐다.
결혼 후 아내의 나라, 한국에 4년간 살면서 야노스는 한국의 곳곳을 둘러봤다. 그 때 한국과 헝가리 사이에 가교를 놓고 싶다는 생각에 페이스북에다 ‘헝가리안-코리안 그룹’을 만들어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풍경 사진에서부터 추천할만한 한국 여행 코스나 명소 소개, 또 요즘 각광받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이야기들로 점점 발전했다.
회원 4,200여명 정도를 보유한 이 그룹은 지난 29일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이후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참사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고 추모 메시지를 나누는 공간이 됐다. 야노스가 나서서 “우리가 꽃을 들고 사고 현장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머르기트 다리, 사고 현장 인근 강가, 한국 대사관 등을 가득 메운 추모의 꽃다발, 촛불, 편지 등은 이 그룹을 통해 시작됐다. 머르기트 다리 위 추모행사 이전 31일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추모제도 야노스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날 머르기트 다리 위 추모행사를 지켜보던 야노스는 행사 뒤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야노스의 활약은 이 뿐만이 아니다. 헝가리에서 잠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관련 기사들도 열심히 챙긴다. 한국 언론의 참사 관련 보도를 헝가리어로 번역해 헝가리 사람들에게 소개하는가 하면, 추모객들 인터뷰 영상을 직접 찍어 한국 언론에 제공하기도 한다. 헝가리 현지 언론 기사도 모니터링해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직접 해당 언론사에 전화해 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야노스는 지금도 참사 현장 관련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 그룹에다 올려두고 있다. 아내를 통해 알게 됐고 지금은 너무도 사랑하는 나라가 된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단 한 명이라도 남겨지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희선씨는 “그저 이 사건이 잊혀지지 않게 누구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야노스도 같은 마음이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친구가 아닌 사람도 친구가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추모 밖에 없을 지라도, 이렇게 함께 추모함으로써 두 나라가 더 돈독해지고 실종자 수색에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