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사태 30주년, 미중 거친 공방 주고 받으며 신경전 가열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을 맞은 4일 미국은 중국의 금기어인 ‘톈안먼’과 ‘인권’을 물고 늘어지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중국은 내부단속에 주력하며 가급적 조용히 넘어가려 애쓰면서 대외적으로는 나팔수를 내세워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선공을 날렸다. 그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1989년 6월4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톈안먼 광장으로 탱크를 보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만연한 부패 종식을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베이징과 중국 전역에 집결한 수십만 명의 시위자들은 지독하게 고통 받았다”며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희생당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명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 후로 수십 년간 중국이 국제 시스템에 편입해 보다 개방적이고 관대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은 내동댕이쳐졌다”면서 “일당 체제의 중국은 반대를 용인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기만 하면 언제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중국 정부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최대 100만 명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했다”며 서구 언론과 국제기구가 줄곧 제기해 온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유린 실태를 거론하기도 했다.
민간단체가 아닌 미 정부가 이처럼 톈안먼 사태, 사망자, 인권 유린, 공산당, 폭력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표현들을 망라해 전방위 공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내용도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 무역전쟁으로 연일 치고 받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셈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달 중순 중국의 인권탄압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연설을 예고한 상태여서 미국의 인권 공세는 아직 포연이 그치지 않은 상태다.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런 대목이다.
중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격렬히 반발하면서도 톈안먼 사태 자체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애써 외면하는 ‘이중 전략’으로 맞섰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을 모독하고 내정 간섭하는 악의적 공격”이라며 “이런 터무니 없는 헛소리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비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도 “중국 국민들을 가르치려 하고 괴롭히는 이들은 그 누구라도 결국 역사 속에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퍼부었다.
반면 온라인 검열을 강화해 잡음을 일찌감치 차단한 탓에 중국 내 분위기는 밋밋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톈안먼 사건은 이미 빛 바랜 역사”라며 “이제 중국은 30년 전과 같은 폭동이 반복될 정치적 여건이 아닌데다, 중국 사회와 지식인들도 당시보다 훨씬 성숙해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공산당과 정부, 그리고 사회는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며 “더 이상의 논쟁은 부질없다”고 일축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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