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ㆍ신창호 셰프와 요리 컬래버래이션 선보여
“일식을 프랑스식처럼 만들고, 프랑스식은 아시아 음식에서 영감을 얻죠. 요리에는 국경이 없어요.”
태국 방콕에서 모던 독일 음식 레스토랑 슈링을 운영하는 토마스ㆍ마티아스 슈링 쌍둥이 셰프가 전한 최근 전 세계 요식업계 분위기다. 독일 베를린 출신인 둘이 3년 전 방콕에 차린 슈링은 지난해 독일식 레스토랑으로는 태국에서 처음으로 미쉐린 2스타를 받았다. 2017년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진입(13위)했고, 지난해와 올해 연속 4위를 차지해 ‘아시아 최고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슈링 형제는 2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모던 한식당인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주옥의 신창호 셰프와 팀을 이뤄 요리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했다. 한식과 양식의 창의적인 조합으로 유명한 밍글스는 2018년(1스타)에 이어 올해 미쉐린 2스타를 받았다. 주옥도 2018년, 2019년 연속 1스타를 받았다. 국경을 초월한 미쉐린 스타 셰프의 만찬 소식에 이날 저녁 50석은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됐다. 이번 행사는 7월부터 강민구 셰프가 호텔 다이닝 페스타의 총괄 셰프를 맡게 된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스타 셰프 넷은 자국의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날 저녁 슈링 형제가 선보인 메인 요리는 ‘그린 소스를 곁들인 독일식 장어요리’다. 훈제한 장어를 각종 허브 소스에 버무린 채 썬 오이 위에 올렸다. 허브 소스에 장어를 재우는 조리법은 독일 북부 지방의 전통 조리법인데 여기에 오이를 가미해 새로운 식감과 풍미를 냈다. 독일 전통 호밀 빵 위에 버터밀크와 훈제한 철갑상어를 올린 식전요리, 캐러멜을 입힌 닭고기 위에 허브로 만든 액체 겔을 올린 치킨샐러드 등도 기존 독일 전통 요리에 살짝 변화를 주어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이튿날 만난 슈링 형제는 “독일 음식이 소시지와 맥주가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방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는 다양한 요리가 있다”며 “독일 요리를 기반으로 태국 현지 재료 등을 접목해 새로운 맛을 내는 게 슈링이 하고자 하는 요리다”고 설명했다. 한우 떡갈비에 잘게 자른 전복을 가미한 ‘한식 반상’을 선보인 강민구 셰프는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던 식재료를 활용하되 지역 특색은 간직한 요리를 한다는 점에서 슈링과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며 “기존 전통 요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맛을 내려는 시도들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슈링 형제는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요리를 배웠다. 태국 생활은 11년 전 시작했다. 처음에는 방콕의 한 호텔에서 이탈리안 음식을 주로 했다.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슈링을 열면서 독일 요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슈링 형제는 “요즘에는 독일에서도 전통 독일 요리를 하지 않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영향을 받은 현대적인 메뉴들이 나온다”고 했다. 이들은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특별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고, 실제로 자라오면서 체득한 독일 요리야말로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요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초기에는 독일에서 수입한 식재료로 요리를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현지 농장과의 협업해 음식의 절반 이상이 현지 식재료로 만들어진다. 슈링 형제는 “태국은 다양한 재료를 시도할 수 있고, 독일보다 좀 더 자유분방하게 요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슈링 형제는 독일에서는 구하기 힘든 태국의 식용꽃과 허브, 캐비어 등을 넣은 독일 요리를 선보인다.
이색 재료로 변화를 꿈꾸면서도 역설적으로 요리의 본질은 전통에 있다고 강조했다. 슈링 형제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의 재료와 조리법이 뒤섞였고 새롭고 다양한 요리들이 탄생했다”면서도 “그럴수록 각국의 고유한 유산(heritage) 같은 요리들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셰프들이 자신만의 메시지를 유산에 담아 내고, 이를 조금씩 발전시킨 요리가 가장 현대적인(modern) 요리가 될 겁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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