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울보 아니라니까요. 장난으로 운 거라고요.”
왜 이렇게 자주 경기장에서 눈물을 보이냐는 질문에 빈치씽코(24ㆍ안산)는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안산이 야심 차게 영입한 빈치씽코는 개막 전부터 K리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3㎝ 92㎏의 뛰어난 피지컬과 포스트 플레이, 동물적인 골 감각까지 갖춰 제2의 말컹(25ㆍ브라질)이란 평가를 받았다. 말컹은 경남에서 2시즌간 활약하며 팀의 1부 리그 승격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이끈 특급 공격수다. 그만큼 안산 팬들은 빈치씽코가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와 함께 걱정도 커졌다. 강한 승부욕을 조절하지 못해 거친 행동을 일삼는 ‘악동’의 등장에 놀랐다. 빈치씽코는 지난 3월 K리그2 개막 데뷔전부터 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퇴장을 당하고 심판과 관중을 밀쳐 추가 징계를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6라운드 부천전에선 닐손 주니어를 발로 걷어 차 또 다시 레드 카드를 받았다.
9경기 4골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팬들에겐 ‘시한폭탄’ 같은 존재인 셈이다. 한편으론 퇴장을 당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여린 모습도 보여 “도대체 넌 정체가 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본보와 만난 빈치씽코는 “동료들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브라질과 심판 성향이나 문화가 많이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다이렉트 레드 카드를 받은 건 커리어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빈치씽코는 두 번의 퇴장으로 한동안 자숙을 거쳤다. 그는 “반성을 많이 했다. 사실 숙소에서도 혼자 많이 울었는데 이건 비밀로 해달라”며 “한 번만 더 퇴장을 당하면 브라질로 돌아가기로 각서도 썼다”고 말했다. 구단에서도 대대적인 관리에 들어갔다. 임완섭 안산 감독도 “빈치(씽코), 벤치로 보내버린다”며 엄포를 놨다.
그랬던 빈치씽코에게 지난달 1일 전남전은 전환점이 됐다. 경기 중반 세 번째 레드 카드를 받았다. 각서까지 써놓은 마당에 브라질로 돌아갈 생각으로 눈물이 났지만 비디오판독(VAR) 끝에 경고로 정정되며 전화위복이 됐다. 이후 멀티골로 3-0 승리를 이끌며 9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빈치씽코는 이날 화제가 됐던 48m 초장거리 골에 대해선 “마땅한 옵션이 없어서 때렸는데 골이 들어갔다. 항상 골키퍼의 위치를 유심히 살피는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수단 내에서 빈치씽코의 별명은 ‘초딩’이다. 클럽하우스와 구단 버스에서 노래를 불러 항상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우고 골만 넣었다 하면 흥겨운 춤 세리머니를 펼친다. 장난을 좋아해서 팀원들에게 인기도 좋다. 이날도 그는 훈련 후 유지민(26)과 함께 미용실에 간다며 “어떤 헤어스타일로 바꿀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휴식 시간에는 동향의 파우벨(25), 펠리삐(23)와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즐긴다고 했다. 그는 “셋 중에는 내가 제일 잘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눈물이 많은 이유도 팀원들에게 미안해서다. 지난달 13라운드 부천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팀이 0-1로 패하자 5분 동안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쳤다. 빈치씽코는 부끄러운 듯 “사실 우는 건 다 장난”이라며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면서도 “절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플레이는 하기 싫다”며 “내가 3골 넣는다고 해도 팀이 지면 아무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점점 철이 들어가는 빈치씽코에겐 K리그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이유가 있다. 올해 말 결혼을 약속한 동갑내기 약혼녀를 위해서다. 월급 전부를 여자친구에 고스란히 보내는 순정남이다. 빈치씽코는 “어렵겠지만 포르투갈어로 ‘25’를 뜻하는 제 이름처럼 골을 많이 넣어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며 “롤모델인 레반도프스키처럼, 라이벌로 생각하는 광주 펠리페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빈치씽코의 좌충우돌 K리그 성장 드라마는 이제 막 중반을 지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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