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에서 두 시간 DJ파티”
부다페스트의 관문 페렌츠리스트 국제공항에 ‘난파선 파티’ 광고가 걸려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5분쯤 한국인 단체 관광객 33인과 헝가리인 승무원 두 명이 탑승한 허블레아니호가 침몰해 4일 현재 9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된 비극 속에서도 애도 대신 유람선을 타고 파티를 열겠다는 광고다.
‘유럽에서 가장 큰 보트 파티’를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영업하는 ‘부다페스트 보트 파티’는 매주 월ㆍ목ㆍ금ㆍ토요일 ‘난파선 파티’를 연다. 이 파티에서는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등 상징적 장소를 지나는 유람선을 두 시간 동안 타면서 주류를 포함한 다양한 음료를 제공받고 전문 DJ들이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 사진작가들도 동행해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공개한다.
문제는 허블레아니호 참사 이후에도 이 광고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공항 측에 따르면 ‘난파선 파티’ 광고는 공항의 디지털 광고 공간에 3주째 게시되고 있다. 31일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페렌츠리스트 공항으로 입국한 실종자 및 사망자 가족들이 이 광고를 봤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현지 언론이 취재에 착수하자 광고 대행업체는 즉각 광고를 삭제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할리 허르디 공항 대변인은 현지 언론 ‘index.hu’에 “광고가 누군가의 기분을 해칠 수 있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공항은 성명을 내고 “부다페스트 공항은 한국과 헝가리 구조대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공항에서의 빠른 이동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행사 주최측은 “(허블레아니) 침몰 사건으로 지난 주에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광고를 즉각 중단하고자 했지만 국제적 회사가 광고를 조정하고 있어 쉽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다. 본보가 직접 부다페스트 보트 파티에 연결, 오는 6일 ‘난파선 파티’ 티켓을 예매하려고 하자 필요 정보를 넣는 순간 즉각 20유로 결제를 요구하는 페이팔 화면으로 연결된 것이다. 파티 주최 측은 4일 오전 현재 연락할 수 없는 상태다.
현지 언론은 주최 측인 ‘부다페스트 보트 파티’가 지난 5년 동안 ‘난파선 파티’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난파선 파티’를 유럽연합(EU) 상표로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허블레아니호 참사 이후 같은 이름의 행사가 계속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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