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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아!” 야생 곰과 맞서 싸운 반려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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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아!” 야생 곰과 맞서 싸운 반려견 가족

입력
2019.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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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도중 갑작스럽게 야생 동물을 마주친다면, 과연 반려동물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야생 동물에 맞서 싸우려 할까요? 반대로, 반려동물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여러분들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선뜻 용기를 낼 수 있나요?

반려견과 산책 중 ‘야생 곰’을 만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키미디어 커먼즈 캡처
반려견과 산책 중 ‘야생 곰’을 만났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키미디어 커먼즈 캡처

5월28일(현지시간) CTV 등 해외매체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야생 맹수에 맞선 한 반려가족의 소식을 뒤늦게 소개했습니다. 5월5일 하이킹을 위해 캐나다 캠루프스(Kamloops) 지역을 찾았던 애슐리 그리블(Ashley Gribble) 씨와 그녀의 두 반려견 ‘베인(Bane)’, ‘밀카(Milka)’가 해당 사연의 주인공들인데요.

5월11일 그리블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게시글에 따르면, 그녀는 두 반려견과 하이킹을 즐기던 도중 야생 흑곰을 두 번이나 마주치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 곰과 마주했던 건 이자벨(Isabel) 호수의 끝자락을 지나갈 무렵이었다고 하는데요. 불과 1.5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곰을 마주친 그리블 씨는 “그렇게 가까이에서 야생 곰을 마주한 적은 생전 처음이었다”며 당시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고 전했습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반려견 ‘밀카’가 흑곰을 향해 맹렬히 짖기 시작했고, 갑작스런 짖음에 놀란 곰은 몇 미터 뒤로 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두 반려견이 흑곰에게 위협의 목소리를 내는 동안, 그리블 씨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큰길로 나왔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그리블 씨의 두 반려견은 그리블 씨가 거리를 벌려 도망치는 동안 곰을 자극하거나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간격이 어느 정도 벌어지자, ‘밀카’와 ‘베인’은 침착하게 그리블 씨 뒤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그리블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15분 동안 계속 우리를 쫓아오던 곰은 결국 걸음을 멈추고, 나무에 올라 자취를 감췄다”고 밝혔습니다.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두 반려견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뿌듯해하기도 했죠.

야생 곰으로부터 간신히 벗어나 안심하던 그리블 씨 일행은, 30분 후 아까 만났던 곰을 또 마주하게 됐습니다. 4km 정도의 거리를 걸어오는 동안, 곰 역시 그리블 씨 일행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뒤쫓아 왔던 겁니다!

그리블 씨는 급히 곰을 향해 ‘호신용 스프레이’를 분사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전과 달리 곰 역시 공격성을 드러내면서 불과 몇 미터 앞까지 다가왔고, 그리블 씨는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 돌에 걸려 넘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그리블 씨는 “아, 이대로 죽겠구나” 싶어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리블 씨 앞으로 갑자기 반려견 ‘베인’이 뛰어들었습니다. 반려인을 구하기 위해 곰 앞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죠.

​그리블 씨에 따르면 곰은 반려견을 “마치 막대를 집듯 잡아서 끌고 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베인’은 곧 곰으로부터 풀려나 도망쳤지만 곰은 사슴을 사냥하는 것처럼 맹렬하게 그 뒤를 쫓아갔다고 하는데요. 결국 곰은 ‘베인’의 몸 뒷부분을 낚아채 등을 물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반려견 '베인'의 늠름한 모습. Ashley Gribble 페이스북 캡처
반려견 '베인'의 늠름한 모습. Ashley Gribble 페이스북 캡처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그리블 씨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던 통나무를 집어 들고 곰에게 달려갔다”고 합니다. 차마 자신을 지키려 목숨을 던진 반려견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리블 씨는 반려견을 공격하는 야생 곰의 얼굴을 향해 있는 힘껏 통나무를 휘둘렀습니다. 수십여 차례 코와 눈 주변을 통나무로 공격하자, 결국 곰은 물고 있던 ‘베인’을 풀어주었다고 하네요. 반려견은 극적으로 구했지만, 그리블 씨는 그 후 곰과 직접 대면해야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리블 씨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습니다. “대체 뭘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그냥 본능적으로 제가 낼 수 있는 최대한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들고 있던 통나무로 주변 나무를 세게 쳤습니다. 아마, 저 나름대로 곰을 위협할만한 제스처를 취하고 싶었나봐요. 살기 위해서요.”

이 야생 흑곰은 그리블 씨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뒤쫓아왔다고 한다. Ashley Gribble 페이스북 캡처
이 야생 흑곰은 그리블 씨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뒤쫓아왔다고 한다. Ashley Gribble 페이스북 캡처

이유는 모르겠지만, 잠시 동안 그리블 씨를 지켜보던 곰은 천천히 몸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리블 씨 일행은 이후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질 수 있었죠. 그녀는 “만일 ‘베인’이 내 앞에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곰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며 반려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곰의 공격을 받은 반려견 ‘베인’은 몸에 26곳 이상의 상처와 내상을 입었다고 하는데요. ‘베인’은 그날 이후 집에 돌아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 중이라고 합니다.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며 건강도 열심히 회복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블 씨는 인터뷰를 통해 “평생 이 위험천만했던 사건을 기억하며 항상 두 반려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겠다”고 전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를 지켜주고자 했던 그리블 씨와 그녀의 두 반려견의 우정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라봅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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