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통신 “집단체조 관람한 김정은, 성원들의 그릇된 창작ㆍ창조 기풍 비판”
4월 최고인민회의 뒤 보이지 않아 ‘근신설’이 돌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50여일 만에 재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수행을 통해서다. 숙청설에 휩싸였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연이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4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5ㆍ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의 개막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의 수행원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김 제1부부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보인 것은 4월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이후 처음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최근 김 제1부부장이 2ㆍ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치고 근신 처분을 받았다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었다.
이날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과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바로 오른편에 앉았다. 그 옆으로 리수용 당 부위원장 등이 자리해 50여일 공백 뒤 정치적 서열이 더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일 제2기 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 당선 군부대들의 공연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도 이틀 연속 김 위원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김 부위원장 역시 ‘하노이 노딜’ 뒤 문책을 당해 숙청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통신은 “최고영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공연이 끝난 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창조 성원들을 부르시어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지적하시며 그들의 그릇된 창작ㆍ창조 기풍,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에 대하여 심각히 비판하셨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문화 건설에서 문학예술 부문의 창작가, 예술인들이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당의 혁명적인 문예정책들을 정확히 집행ㆍ관철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에는 리만건ㆍ박광호ㆍ리수용ㆍ김평해ㆍ최휘ㆍ안정수ㆍ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박태성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여정ㆍ조용원ㆍ리영식 당 제1부부장, 현송월ㆍ권혁봉ㆍ장룡식 당 부부장, 박춘남 문화상 등이 함께했다.
북한 특유의 예술공연인 대집단체조는 10만명이 넘기도 하는 출연자 규모와 스탠드석의 초대형 카드섹션, 장과 절로 나뉘는 극적인 구성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5월 ‘소년들의 련합체조’부터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한 ‘빛나는 조국’까지 80여편의 작품이 창작됐고, 주로 주민들과 방북한 외빈들을 대상으로 공연됐다. 아울러 관광 상품으로도 적극 활용돼 왔다.
앞서 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올해 공개되는 새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가 6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된다며 “우리 인민의 빛나는 승리의 역사, 인민의 꿈과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사회주의 조국의 참모습을 대서사시적 화폭으로 펼쳐 보이게 될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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