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의 반정부 시위대 강제해산 과정에서 1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치는 유혈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군부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 축출 이후 계속돼온 정국 혼란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ㆍAP통신 등 외신은 3일(현지시간) 아침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보안군이 연좌농성을 하는 시위대를 급습해 무력으로 해산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야권은 군인들의 실탄 발사 등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dpa에 따르면 사망자에 8세 어린이도 포함돼 있으며 부상자 중 110여명은 병원에 입원했다.
수단 시위대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위대가 농성을 해산하려는 (군인들의) 시도로 인해 유혈학살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실탄과 대규모 물리력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는 천막 등에서 농성 중인 시위대 수천명이 있었으며 일부 시위대는 군인들을 향해 타이어를 불태우고 돌을 던졌다.
이번 유혈사태는 지난 4월 바시르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두 달 만에 최대 규모다. 그간 농성 해산을 촉구해온 군부가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해산 쪽으로 돌아섬에 따라 정국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권력이양 협상도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야권 연대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은 시민들에게 군부에 맞서 행진과 농성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수단직업협회도 군부와의 정치적 접촉 및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서방국가들은 이번 유혈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수단 주재 미국대사관은 “시위대와 민간인을 겨냥한 수단 군인들의 공격은 잘못됐고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프란 시디크 수단 주재 영국대사도 트위터에서 “관저에서 총소리를 들었다”면서 “그런 공격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과도군사위원회(TMC) 대변인은 “보안군의 습격 목표는 농성장 근처의 범죄자들이었다”면서 “범죄자들 중 일부가 농성장으로 달아나면서 혼란이 초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위대는 바시르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국방부 청사 앞에서 ‘즉각적인 문민정부 구성’을 촉구하며 농성을 계속해왔다. 수단 군부와 야권은 지난달 15일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위한 3년의 과도기 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양측은 과도 통치기구의 권력 배분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수단 시위대는 군부가 권력 과도기의 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를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군부를 압박하려고 지난달 28∼29일 파업을 벌였다.
앞서 지난 4월 11일 수단 군부는 바시르 당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며 TMC가 국가를 통치한다고 선포했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시르는 30년 철권통치를 마감했고 시위대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19일 수단에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4개월 가량 이어졌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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