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지자체 싱크탱크와 첫 제휴
내년 총선 앞두고 양 원장ㆍ대권주자 ‘전략적 제휴’ 관측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이 3일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연달아 만나 공동정책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정책협력식을 계기로 이뤄진 만남이지만, 친문 핵심과 차기 주자간 ‘전략적 제휴식’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양 원장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공개 회동으로 인한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이 서울시 및 경기도와 연대해 범 개혁진영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장기플랜의 일환도 없지 않다.
양 원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정책싱크탱크 서울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정책 협약식에서 “시장님께 인사 드리고 한 수 배우러 왔다”며 “시장님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고 정책의 보고이자 아이디어 뱅크”라고 박원순 시장을 치켜세웠다. 박 시장은 이에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 양 원장이 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게 된 것을 매우 든든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청와대, 민주당, 서울시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양 원장은 이어 경기연구원과의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이 지사를 만나, “지사님이 가진 획기적 발상, 담대한 추진력, 경기연구원에 축적된 연구성과와 민주연구원이 힘을 합쳐 경기도와 나라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는 “내년 선거도 그렇고 정책이 정말 중요한데 저희가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하거나 앞으로 할 일들을 연구원에서 많이 받아주면 저희도 영광”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방정부의 싱크탱크와 정책협약을 맺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역할과 입지를 굳히려는 양 원장과, 국회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두 대권주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만남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공안검사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고 각을 세우고,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차기 준비에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친형 강제입원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16일 1심 무죄판결을 받은 이 지사도 재판과정에서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감사인사를 하는 등 최근 정치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양 원장은 향후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해 전국의 다른 광역단체장도 차례로 만나 소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선 “양 원장이 대권주자 면접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김세연 원장은 “정당과 광역지자체 싱크탱크가 정책협력을 한다는데 총선을 앞둔 시기라 그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며 야당 싱크탱크와 민주연구원의 업무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한국당은 양 원장을 향한 정치공세도 이어갔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도읍, 이은재 의원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과 측근 실세의 부적절한 처신을 묵인한 문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서 원장의 파면 등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양측의 비공개 회동이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한 뒤 청와대 측에 감찰요구서를 전달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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