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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기다려온 제주 4ㆍ3행불인수형인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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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기다려온 제주 4ㆍ3행불인수형인 재심 청구

입력
2019.06.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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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3일 오후 제주법원 정문에서 4·3 당시 군법회의에 기소돼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3일 오후 제주법원 정문에서 4·3 당시 군법회의에 기소돼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영헌 기자.

“우리 남편 어디에 던졌는지 그것만 말해달라. 혼자 살면서 남편 무덤 없는 것이 한이었다. 머리카락 하나만 찾아줘도 고맙겠다.”

3일 오후 제주법원 정문에는 4ㆍ3 당시 군법회의에 기소돼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 중 4ㆍ3 당시 남편이 행방불명된 현경아(97) 할머니는 재심을 통해 남편의 행방만이라도 알 수 있기를 애타게 기원했다. 현 할머니는 “남편 무덤 하나 못 만들어 평생을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며 “하루라도 빨리 바로 잡아 시체만이라도 찾아달라. 아들이 있고, 손주도 있지만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부인도 부인이냐”고 한탄했다.

이날 현 할머니와 함께 온 딸도 “어머니가 홀로 삼남매를 어렵게 키웠다”며 “지금이라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죄가 없다는 것을 빨리 발표해 달라”고 애원했다.

제주4ㆍ3희생자유족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제주법원을 찾아 4ㆍ3행불인수형인에 대한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4ㆍ3행불인수형인은 4ㆍ3사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이후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다.

정부가 발표한 제주4ㆍ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ㆍ3 당시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군법회의는 1948년 12월과 1949년 7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정부기록보존소가 소장하고 있는 ‘군법회의 명령’ 자료에는 1948년 12월 871명, 1949년 7월 1,659명 등 모두 2,530명의 피고인 명단이 남아있다. 군법회의 대상자들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전주, 목포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분산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상당수 총살됐으며, 일부는 사방으로 흩어져 행방불명됐다.

이번 재심 청구는 행불인수형인 중 10명의 유족 대표가 먼저 진행한다. 지난 1월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 선고 판결을 받은 생존수형인 18명은 직접 재판에 참여했지만, 이들과 달리 행불인수형인은 생존자가 없어 직계 가족이 소송 청구 대리인으로 나서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들 행불인수형인도 생존수형인처럼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 등 무죄를 선고 받을 경우 나머지 행불인수형인에 대한 소송도 뒤를 이을 것으로 보여 이번 재심 청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4ㆍ3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당시 재판부는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진행된 생존수형인들에 대한 군법회의는 당시 국방경비법에서 정한 예심조사 절차 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공소 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김필문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은 이날 “이번 소송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죽은 자에 대한 재판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늘이 왔다”며 “험난한 삶을 살아온 (행불인수형인) 유족들은 이제 얼마 없어 무덤으로 간다.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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