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 마련된 ‘PBA 특설경기장’. 전반전이 끝나자 치어리더들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댄스 음악에 맞춰 흥겹게 흥을 돋운다. 장내아나운서는 즉석에서 관중을 초대해 어렵지 않게 배치해 놓은 샷에 성공하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호응을 유도했다. 기존 프로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이 당구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프로당구협회(PBA)가 역사적인 PBA(프로당구) 투어의 첫 걸음을 뗐다. 김영수 PBA 총재는 대회사를 통해 “지난 6개월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어느 종목에 뒤지지 않는 프로스포츠가 될 거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세계 당구의 전설 레이몬드 클루망(벨기에)은 “모든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바라고 아름다운 3쿠션 대회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축사를 했다. PBA와 LPBA(여자프로당구)를 각각 대표해 서현민과 김보미가 선수 대표로 선서를 했고, 김 총재가 개막을 선언하면서 PBA의 출범을 알렸다.
강동궁, 신정주, 고경남, 박덕영이 조를 이뤄 나선 개막전 128강 토너먼트에선 추첨을 통해 순서를 정한 신정주가 뱅크샷으로 2점을 올려 프로당구 첫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당구연맹 소속으로 25년을 뛰다 PBA로 적을 옮긴 강동궁은 경기 후 “대회를 앞두고 연습을 이렇게 많이 해 본 게 처음이었다. 그만큼 기대도 많이 하고 긴장도 많이 했다”면서 “정숙한 분위기보다 프로스포츠답게 활발한 분위기도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PBA는 세계당구연맹(UMB) 40초 룰을 30초로 줄였고, 뱅크샷은 2점으로 인정한다. 강동궁은 “선수 생활 25년 만에 시간 제한 파울을 범한 게 처음인 것 같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룰에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PBA 개막 투어에는 ‘세계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를 비롯해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 장 폴 데 브루인(네덜란드) 등 강호들이 참가해 오는 7일 첫 투어 우승자가 가려진다. 2차 투어는 7월 21일 시작되며 내년 2월 말까지 8개월간 총상금 21억5,000만원 규모로 치러진다.
PBA 원년 첫 대회 후원을 맡은 파나소닉코리아의 노운하 대표는 “오늘 LPGA 투어에서 우승한 이정은 선수가 바로 우리가 2월에 가능성을 보고 후원 계약한 선수다. PBA 역시 무궁무진한 한국 당구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양=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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