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고령층 20.4명 부양… 정년 연장 땐 2028년까지 유지
내년부터 노인 인구가 연 평균 48만명씩 늘어나는 가운데 일하는 연령층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65년부터 부양을 받는 고령인구가 일하는 인구보다 많아지는 ‘1대1 부양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고령인구(노인) 기준도 70세로 상향하면 이 속도도 늦추고 일하는 사람과 정부의 노년층 부양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하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를 가리키는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는 9년 가량 늦춰지고, 기초연금ㆍ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노인 부문 의무지출도 단순 계산으로 3분의 1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 연령을 높일 경우 자칫 노인빈곤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통계청의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 중 중위 추계에 따르면 올해 20.4명을 기록한 노년부양비는 2030년 38.2명 2050년 77.6명 2065년 100.4명 2067년 102.4명까지 늘어난다. 반면 65세로 정년이 연장됐다고 가정해 생산인구를 15~69세, 고령인구를 70세 이상으로 적용하면 2028년까지 올해와 같은 노년부양비 수치(20.5명)가 유지된다. 당장 올해 정년을 연장한다면 비슷한 수준의 고령인구 부양 부담을 9년 늦춰 짊어지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맞춰 현행 만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도 상향되면 노인복지 지출도 줄어들게 된다. 2017년 기준 65세~69세 인구 수는 231만5,000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738만명)의 약 31%를 차지한다. 기준을 70세로 올릴 경우 단순 계산하면 각종 노인복지 지출의 3분의 1이 감소하는 셈이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보건복지부 소관 노인 복지 예산은 52조원이 넘고, 이 같은 정부의 노인에 대한 의무지출은 2022년까지 연평균 14.6%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7,000억원에 육박하는 지하철 무임승차 비용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 현재 무임승자 노인 연령 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0년에는 노인 비율이 24.5%까지 치솟으면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게 된다.
현재 60세까지인 국민연금 의무 가입 연령과 2033년까지 65세로 점진적 상향 예정인 연금수급개시연령도 뒤로 더 밀릴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제도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연금 지급 연령을 장기적으로 67세까지 늦추는 방안이 거론된 바 있다. 국민연금 수급연령 조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년 연장만으로도 관련 제도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년이 연장되면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년이 늘어나 좀더 일하면서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기간을 늘리면, 연금 고갈 가능성도 낮아지고 퇴직 후 연금규모도 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노인연령 기준 상향 조정을 위해 물밑 작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앞서 올해 1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노인 기준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운을 띄웠고, 범정부 차원의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늘어난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이유로 노인복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심각한 노인 빈곤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노인들이 경쟁이 작용하는 노동시장에서 일을 맡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해고가 어려운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 등 ‘좋은 일자리’에 있는 이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오히려 분배격차를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60세 이상 노인 혹은 노령인구의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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