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합창단의 평양 공연이 꿈”
한때 일 처리가 너무 빨라서 ‘총알’이란 별명이 붙었던 ‘워커홀릭’ 경영자가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에 놓는 ‘행복경영 전도사’로 변신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권대욱(68) 회장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9월 글로벌 호텔 체인 아코르앰배서더코리아 사장에서 물러난 뒤 휴넷 회장에 취임한 그는 “행복할 거라 짐작은 하고 왔는데 그 이상으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1976년 한보그룹에 입사한 그는 10년 만인 35세에 건설업계 최연소 사장이 됐다. 40대 후반 외환위기를 맞아 당시 맡고 있던 건설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실직자가 됐고 벤처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다 50대에 다시 호텔 경영자로 변신해 국내 최대 호텔 체인으로 키워내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건설 현장에서 근무할 때 권 회장 별명은 ‘권총알’이었다. 맡겨진 임무를 빨리 처리해서다. 남들은 과장이 될 나이인 35세에 사장 자리에 오르고, 46년 직장생활 중 33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추진력 덕분이었다. 그런 권 회장이 지금은 ‘행복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권 회장이 CEO가 된 휴넷은 직장인에게 필요한 경영지식을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제공하는 회사다. 전 직원에게 5년에 한 번씩 한 달간 유급휴가를 주고 평소에도 제한 없이 연차를 쓸 수 있어 ‘행복한 회사’로 유명하다. 휴넷은 2017년 회사 정관에 ‘이익 극대화가 아닌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문구를 넣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달 22일 서울 구로구 휴넷 캠퍼스에서 만난 권 회장은 “우리 시대를 살아온 대다수가 그렇듯 나도 ‘워커홀릭’이었다. 휴넷에 와서 직장생활 46년 만에 이상적인 근무가 뭔지 비로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미국 갤럽이 발표한 국가별 업무 몰입도 조사를 예로 들었다. 한국 직장인의 몰입도는 11%로 세계 평균(13%)은 물론 미국(30%), 스페인(18%), 영국(17%) 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 직장인은 오래 일하지만 몰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야근 등 장시간 근무였다. 권 회장은 “직원 자율을 존중하는 휴넷은 다른 어느 회사보다 높은 경쟁력과 내실을 갖춘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내부 조사 결과 직원 몰입도가 6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휴넷의 행복경영 철학을 한국 기업들에 전파하는데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행복하고 기업이 행복하면 나라가 행복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권 회장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력은 ‘청춘합창단’이다. 그는 2011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집한 청춘합창단에 지원했다. 이후 8년째 합창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도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3시간 이상 연습을 한다. 권 회장은 2014년부터 합창단장을 맡고 있다.
청춘합창단은 2015년 유엔, 2017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세계합창 페스티벌 초청, 2018년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위문공연에 이어 지난 5월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한미 합창축제’에 초청돼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권 회장은 “남들이 보기엔 화려할지 몰라도 지금까지 내 삶은 나 자신을 위한 건 아니었다”며 “합창단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다음 꿈은 청춘합창단의 ‘평양 공연’이다. “유엔에 가자는 말을 처음 했을 때 우리 단원들도 믿지 않았다. 꿈은 현실이 된다. 평양에 가서 단원들과 함께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싶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