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김정은 옆 5번째 자리서 공연 관람해 위상 여전함 보여줘
하노이 회담 이후 문책설 제기… 첩보 전파 과정에서 부풀려졌을 수도
강제노역설이 돌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건재함이 3일 확인되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문책 가능성이 제기돼 온 다른 인사들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전날 조선인민군 제２기 제７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며, 수행단에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포함됐음을 알렸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서 그는 김 위원장 왼편으로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정치적 위상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김 부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전까지 대미 협상을 총괄해온 인물로, 회담 결렬 이후 꾸준히 문책설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달 31일엔 한 국내 언론이 ‘자강도에서 강제노역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동신문 보도로 숙청설은 배제되는 분위기이지만, 김 부위원장이 기존 권한과 역할을 내려놨을 가능성은 크다. 김 부위원장은 4월 열린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장금철에게 통일전선부장직을 넘긴 데다, 하노이 회담 직후만 해도 당 부위원장 중 맨 앞에 호명됐던 이름이 이번엔 맨 마지막에 불렸다. 반면 건강상 이유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그가 악성종양 제거를 위해 북한 지도층이 이용하는 (평양의) 봉화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비교적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며 “김 위원장이 공연 관람에 김 부위원장을 동행시킨 건 남한에서 제기된 ‘김영철 노역설’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의 경우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됐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긴 했지만, 그 반대의 첩보도 정부에 입수되고 있다고 한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혁철이 조만간 외무성으로 복귀할 것이란 상당히 유력한 정보도 있어 정부가 어디로 복귀하는지를 추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관련해서도 근신 중이란 설과 건강상 문제로 휴식 중이란 설이 혼재한 상태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제가 알고 있기로는 지금 뭐 그렇게 성공한 것도 아닌데 모습을 드러내기도 그렇고, 약간 피로해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신변이상설을 반박했다. 마찬가지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신혜영 통역사는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은 설에 그치고 있다.
대미 협상에 나섰던 인사들에 대한 문책설은 북한이탈주민 등을 통해 첩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사실로 굳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선 정적은 잔인하게 제거해도, 테크노크라트(관료)들의 경우 하방을 시킬지언정 실수를 했다고 총살시키지는 않는다”며 “문책보다 심한 정도의 처분을 받았다는 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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