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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에도 열광한 영국… "달라진 유럽 K팝 위상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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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에도 열광한 영국… "달라진 유럽 K팝 위상 실감"

입력
2019.06.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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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선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 내 공연장 인디고에서 연 공연에서 히트곡 ‘가시나’를 부르고 있다. 이 무대는 선미의 세계 순회 공연 ‘워닝’ 일환으로 이뤄졌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선미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 내 공연장 인디고에서 연 공연에서 히트곡 ‘가시나’를 부르고 있다. 이 무대는 선미의 세계 순회 공연 ‘워닝’ 일환으로 이뤄졌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젠 너를 잊을 수 있게”.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 내 공연장 인디고. 가수 선미가 히트곡 ‘가시나’를 부르다 객석을 향해 마이크를 넘기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래를 이었다. 1970~80년대 흑백TV 모양을 한 스크린엔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선미의 노랫말이 떴다.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른 3,000여 관객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선미의 소속사인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선미의 세계 순회공연 ‘워닝’ 일환으로 이뤄진 이날 공연에서 한국인 관객은 150명 정도에 그쳤다.

 ◇한글로 ‘런던은 선미를 사랑해’ 

공연장엔 한글로 ‘선미’라 쓴 플래카드를 든 외국 관객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하트 모양의 종이에 한글로 ‘런던은 선미를 사랑해’를 적어 온 관객도 있었다. 선미는 ‘24시간이 모자라’를 비롯해 ‘누아르’ ‘보름달’ ‘주인공’ ‘사이렌’ 등 14곡을 열창했고, 공연 내내 외국 관객들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선미의 공연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 침착하기로 유명한 선미도 “무대를 떠나기 싫다. 잊지 못할 공연”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남성 아이돌과 비교하면 팬덤이 얇은 여성 솔로 가수가 해외 단독 공연을 열기는 쉽지 않다. 일본과 중국 등 K팝에 친숙한 아시아 국가가 아닌 유럽 그것도 미국과 세계 팝 음악의 양대 시장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공연을 꾸리기는 더욱 더 어렵다. 이 난관을 뚫고 선미는 영국을 시작으로 폴란드와 네덜란드, 독일을 거쳐 7일 프랑스에서 유럽 순회공연을 잇는다. 선미가 유럽 순회공연을 열기는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한 후 처음이다. 2009년 원더걸스 멤버로 미국으로 건너가 고된 성장통을 치른 뒤 2013년부터 홀로 활동하며 해외에서 일군 성과라 감동은 컸다. 영국 공연 직후 본보와 만난 선미는 “10년 전 저는 정신적으로 약하고 많이 불안했다. 내 나라가 아닌 타국에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건 열여덟의 제겐 감당하기엔 어려웠다”며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됐고, 제 생각이 담긴 앨범을 내고 제 생각이 담긴 공연으로 (환호를 받아) 더 크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선미는 “런던에서의 밤은 한 마디로 ‘오 마이 갓(Oh My God)’이었다”며 웃었다. 선미는 유럽에서 “K팝의 위상이 달라진 걸 피부로 체감”했다.

 ◇’유럽 언론도 K팝 보는 시각 달라져 

선미의 말처럼 유럽에서 K팝의 위상은 8년 전과 비교하면 확 달라졌다.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는 2011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프랑스에서 합동 공연 ‘SM타운’을 열었을 때 리뷰 기사를 통해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유럽에선 기획사가 오디션으로 연습생을 뽑은 뒤 노래와 춤 등을 가르치는 K팝의 제작 시스템을 비꼬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빅뱅과 엑소, 2NE1, 소녀시대를 거쳐 방탄소년단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K팝의 영향력이 커지자 주류 언론의 시각도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일과 2일에 걸쳐 열린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두고 “역사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영국에서 누구나 아는 가수가 된 건 아니지만, ‘아미’로 불리는 팬층은 대단히 헌신적이고 날로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계기로 유럽 음악 시장에서 K팝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하는 대중음악평론가 루도빅 헌터 틸니는 “블랙핑크 같은 훌륭한 K팝 아이돌 그룹들이 유럽 활동을 시작했다”며 “K팝이 유럽에서도 주류로 부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랙핑크는 지난달 18일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영국, 독일을 거쳐 26일 프랑스에서 공연을 열었다.

런던=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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