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3일 “남자들이 ‘나 이거 육아휴직 해서 승진기회 놓치는 게 아닌가’할 수도 있지만 아이와 교감했을 때 ‘어떻게 내가 함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이 생긴다”며 “아무리 (국가가)정책에서 돈을 많이 준다, 시간을 준다 해도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경기 용인가족센터에서 육아휴직 중이거나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아빠들과 간담회를 갖고,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직장문화, 향후 제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직장인 박찬원(35)씨는 “남성 육아휴직을 상상도 못 한 시절을 지나온 간부급 이상은 아빠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라며 “세대 간 격차를 줄이는 사회적 합의와 기업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정환(40)씨는 “일에 매몰돼 가족과 점차 멀어지는 선배들의 현실을 보면서 육아휴직을 결심했다”며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변했으며, 아이들에 대해 미안함 대신 자신감이 생겼다”고 육아휴직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최소 6개월의 아빠 육아휴직이 의무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신용진(37)씨는 “제도에 앞서 남성 육아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북유럽 국가 출신의 ‘라떼 파파’들도 함께 초대됐다. 문 대통령 내외가 오는 9일부터 16일까지 북유럽 순방을 떠나는 만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는 북유럽의 삶과 문화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다. 라테 파파는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끌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의미한다.
핀란드 출신 방송인 페트리 칼리올라(34)씨는 “핀란드에서는 면접 때 결혼이나 출산계획을 묻는 것이 불법”이라며 “남성의 자녀 돌봄 참여가 확대되려면 직장생활에 성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온 요한 페르손(41)씨는 “스웨덴에서는 아빠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3개월 육아휴직 아빠할당제’와 남녀 임금 격차를 줄이는 노력 등으로 아빠의 75%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웨덴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우리 사회가 ‘왜 회사 안 가고 애 키우는데?’ 하는 편견적인 시선이 차츰 없어져야 한다”며 “아이 키우는 아빠들의 고충과 기쁨을 듣고 제가 와서 행사를 하게 되면 더 많은 아빠가 참여할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 같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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