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과 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사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여야 원내대표는 6월 국회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그러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단독국회 소집에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서는 등 여야 모두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아 타결 직전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우리보고 잘못을 사과하고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지독한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 당과 지지자들 중에도 국회 파행을 몰고 온 한국당과 끝까지 타협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강력하지만 시급한 민생과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에 임한 것”이라며 “한국당의 과도한 요구는 국회정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 처리하자’는 한국당 요구가 사실상 패스트트랙의 무효화를 의미하는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의 중재안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한국당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원내대표 회동이 파행으로 끝난 직후 교섭단체 3당은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합의문 문구를 더 고민해보기로 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물밑에서 실무협상이 계속됐지만 원내대표들은 공개 설전을 벌이며 각을 세웠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국회를 열고 싶지만 정국의 키는 여당이 쥐고 있다”고 맞받아치며 “패스트트랙 철회만이 민생국회를 다시 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거대 양당이 각자 양보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국회 장기 파행 사태는 해소될 수 없다”고 민주당과 한국당을 동시에 겨냥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까지 국회정상화가 합의되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라도 국회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을 제외한 국회 소집에 반대하고 있고, 협상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협상시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국회법상 소집요구서 제출 72시간 후에 국회가 열릴 수 있고, 현충일(6일)을 고려하면 빨라야 7일에 열 수밖에 없어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단독소집을 이야기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며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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