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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묶고 정문 봉쇄... 대우조선 현장실사, 노조 반발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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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 묶고 정문 봉쇄... 대우조선 현장실사, 노조 반발로 무산

입력
2019.06.03 17:25
수정
2019.06.03 20:4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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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산업은행 등 현장실사단, 노조에 재차 대화 제안했지만

“매각 철회가 먼저” 불가 통보… 실사단 “대책 강구해 재시도”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과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현장실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과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현장실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돌아가십시오.(대우조선 노조)” “(현장 실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요?(현대중공업 현장 실사단)”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3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았으나 노조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쳐 첫날 실사가 좌절됐다. 노조는 실사단의 조선소 진입을 막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몸에 쇠사슬을 묶는 등 정문 등 6개 출입구를 봉쇄하며 강하게 대응했고 두 차례 진입에 실패한 사측은 일단 물러섰다. 실사 첫날 실사단이 빈손으로 돌아 가면서 다행히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노조가 정문 등 출입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대중공업은 14일까지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인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통해 조선, 해양, 특수선 야드에 있는 각종 설비 등 유형자산 현황과 공정률 등을 확인키로 예고하고, 이날 실사단을 옥포에 보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버스 1대에 동승하고 옥포조선소 정문 인근에 도착했다. 실사단은 조선소 내부 진입을 시도하기에 앞서 정문을 봉쇄하고 있는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 측이 “매각 철회 조건이 없다면 현장실사단과 접촉하지 않겠다”고 통보, 조선소 도착 30여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낮 12시 45분쯤 조선소 정문 인근으로 돌아와 노조 측에 재차 대화를 제안했지만 노조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오후 1시쯤 현장 철수를 결정하고 물러났다.

실사 단장인 강영 현대중공업 전무는 이날 오후 두 차례 진입이 무산된 뒤 “현장실사는 인수계약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며, 노조가 막고 있어 못하는 상황이지만 돌아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재차 현장실사 시도 의지를 분명히 했다.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현장실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의 현장실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이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실사단의 진입 저지를 위해 오전 일찍부터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정문 등 옥포조선소 출입구 6곳을 모두 봉쇄했다. 금속노조 경남지회 등 간부 10여명은 “단 한 명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며 서로의 몸에 쇠사슬을 묶고 투쟁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태준 대우조선지회 정책기획실장은 “노조는 현대중공업인수합병을 재별 특혜 밀실 매각으로 규정하고 지난 3∽4개월 동안 매각철회를 요구해 왔다”며 “현장실사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며 실사 불허방침을 재천명했다.

앞서 31일 현대중공업이 주총을 거쳐 물적분할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대립은 소송전으로 비화, 2라운드를 맞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지난달 27∼31일 주총 예정 장소였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총 개최를 방해한 것과 관련, 법원에 간접강제금 집행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회사는 앞서 울산지법에 노조를 상대로 주총 방해 금지(영업)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노조가 주총 방해 시 1회당 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결정한바 있다. 재판부는 이번 주총 과정에서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주주 입장을 막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회사 측이 강제금 집행을 신청하면 노조 위법 행위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와 별도로 노조가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면서 보안요원을 폭행하고 각종 기물을 파손한 행위에 대해 노조 간부와 조합원 수십 명을 대상으로 민ㆍ형사상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주총 장소가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돼 조합원들이 빠져나간 한마음회관은 극장 420개 의자 가운데 100개가량이 뜯겨 나가고, 폐쇄회로(CC)TV 10여개가 파손됐다.

이에 맞서 노조는 이번 주총에 대한 원천 무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노조는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법률원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주총장 변경 과정에서 회사가 주주들에게 장소와 시간 변경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고, 변경 장소까지 주주들이 이동할 충분한 여유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또 본관 진입 시도 등 과정에서 사측과 충돌해 조합원 역시 여러 명이 부상한 것으로 보고 사측 보안팀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벌일 방침이다.

한편 노조는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이날 전면파업에 돌입했으며, 4일 7시간, 5일 4시간, 7일 2시간 부분파업도 결정했다.

거제=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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