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자갈마당 역사 속으로… 일대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
3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대구의 대표 집창촌인 자갈마당 한쪽에는 마지막으로 이곳을 떠나는 주민들이 리어카에 짐을 싣고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주말에 이곳을 떠나면서 자갈마당은 인기척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축자재만 쌓여있는 자갈마당 바깥에는 철거 공사를 위한 가림막 설치작업이 한창이었고 오후 3시부터는 방역 연기가 골목에 날렸다. 이날 이곳을 떠난 한 주민은 “8년 넘게 지내온 곳이 사라진다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자갈마당이 4일 철거작업을 시작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8개 업소가 영업했던 이곳은 이날 오전 11시 철거에 돌입해 9월이면 빈 땅만 남게 된다. 이 일대 1만9,080㎡에는 2023년까지 아파트 886세대 오피스텔 256세대 등 1,142세대 규모 주상복합단지 5개 동이 들어선다.
자갈마당 민간개발 사업시행을 맡은 도원개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구시로부터 도원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 사업계획승인을 획득했다. 올 1월10일 자갈마당 토지와 건물 소유자 101명 중 95명과 매매계약을 체결해 계약율 96.4%의 토지사용승락서를 대구시에 접수시킨 지 4개월여 만이다.
사업승인 절차 마무리 과정에서 마찰도 있었다. 자갈마당 업주와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도원동 이주대책 위원회’가 지난달 14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시행사에 이주비 보상과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이주 대책 촉구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에대해 도원개발은 지난달 31일 성매매 여성 및 관련 종사자 90여 명에게 400만원씩 자활지원금을 일괄 지급하면서 3일까지 전원 이주하게 된 것이다. 지급 기준 미달로 자활지원금을 받지 못한 20여 명에 대해서는 다음 주 초 재 논의할 예정이다.
알박기 논란(5월15일자 12면)을 빚은 성매매업소 지주 A씨 등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도원개발은 지난달 13일 A씨와 건물주 B씨 등 5명을 업무방해와 시위선동,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도원개발 측은 이들이 자갈마당 폐쇄와 재개발 사실이 명백해진 4월19일 사업부지 내 한 업소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행위는 명백한 알박기 행위라는 입장이다.
이병권 도원개발 대표이사는 “성매매 단지 폐쇄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구시와 시민들의 염원 덕에 사업계획승인을 획득했다”며 “4일 철거를 시작으로 자갈마당은 어두운 역사가 사라지고 새로운 명품주거단지로 거듭날 것이다”고 말했다.
110년 역사의 자갈마당은 1908년 일본인들이 만든 유곽으로 출발했다. 바닥에 자갈이 많아 자갈마당으로 불린 이곳에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70여 업소에서 600여 명이 일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최호식(61ㆍ대구 중구)씨는 “오랫동안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던 자갈마당이 사라지게 되어 기쁘다”며 “자갈마당 철거가 대구 발전에 큰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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