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전남 완도군 금일도는 올해 첫 다시마 경매가 열려 조용하던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완도는 ‘다시마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이곳에는 매년 400톤의 다시마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는 농심이 ‘큰 손’이다. 농심은 라면시장의 스테디셀러인 ‘너구리’에 다시마를 넣으면서 자그마치 37년째 완도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3일 농심에 따르면 다시마 경매는 주로 협력업체를 통해 5월말부터 7월까지 나선다. 이 기간 3,000톤 내외의 다시마가 생산되는데, 전국 다시마 생산량의 60~70%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가 출시됐을 때부터 37년간 약 1만5,000톤의 다시마를 구입해왔다. 농심이 한해 구매하는 다시마는 국내 식품업계 최대 규모로, 이 지역의 연간 건다시마 생산량의 15%에 달한다고 한다.
농심 구매팀 관계자는 “연중 가장 바쁜 일 중 하나가 여름철 치르는 완도 다시마 구매 전쟁”이라고 말한다. 품질 좋은 다시마를 선점하는 게 만만치 않아서다. 37년간 농심에 다시마를 납품하고 있는 협력업체 신상석 대표는 “너구리의 인기비결이 다시마 자체에 있는 만큼, 비싸더라도 최상품의 다시마를 선별해 사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승의 완도금일수협 상무는 “올해도 품질 좋은 다시마를 3,000톤 이상 생산,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다시마 작황은 기후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데, 농심의 꾸준한 다시마 구매는 완도 어민들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된다”고 전했다.
농심과 다시마의 인연은 너구리 개발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심은 차별화된 우동국물과 오동통한 면발을 기획했다. 연구팀은 깊고 시원한 해물우동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던 중 실제 가정에서 국요리를 할 때 다시마를 활용해 육수를 낸다는 점을 착안해 곧바로 전국 다시마 산지로 향했다.
국내에서 가장 생산량이 많고 품질이 좋은 전남 완도산 다시마가 낙점됐다. 별도 가공 없이 천연 다시마를 그대로 넣어 해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너구리 레시피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너구리 속의 작은 한 조각 다시마가 ‘신의 한 수’가 된 것이다. 너구리는 매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라면시장 대표 선수다.
그렇다면 너구리의 다시마를 먹는 사람이 많을까 먹지 않는 사람이 많을까. 농심이 13~40세 남녀 362명을 대상으로 너구리에 들어있는 다시마 식용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잘 먹는 편이다”고 답한 응답자가 63.3%였고, 그 나머지는 “국물만 내고 먹지 않는다”였다. 10명 중 6명은 다시마를 먹는다는 얘기다.
농심 측은 “너구리 다시마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완도 해역에서 채취해 일체의 인공적인 첨가물 없이 원물 그대로 자연 건조시켰기 때문이다. 이어 “완도 어민들도 비싸고 맛있는 금일 다시마라 버릴 이유가 없고, 오히려 안 먹으면 손해하고 말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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