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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레전드에서 막내 코치로… 김주성 “이름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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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레전드에서 막내 코치로… 김주성 “이름을 버렸다”

입력
2019.06.04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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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DB 신임코치가 3일 원주 DB 구단 숙소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섭 기자
김주성 DB 신임코치가 3일 원주 DB 구단 숙소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섭 기자

한국프로농구의 ‘전설’ 김주성(40)이 약 1년 만에 친정 원주 DB의 구단 숙소로 돌아왔다. 선수 시절엔 이 곳이 집처럼 편했지만 ‘막내 코치’로 신분이 바뀐 지금은 어색하기만 하다. 선수단 소집일인 3일에 맞춰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주성 코치는 “마치 프로 1년차 때 처음 숙소에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2017~18시즌을 마친 뒤 16년간 정든 코트를 떠났던 김 코치는 지난해 9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충전을 했다. 오전부터 오후 2시까지는 영어 수업을 받고, 그 이후엔 틈틈이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 또는 현지 대학 팀의 훈련을 지켜봤다.

코치 제의를 받은 시기는 올해 2월께다. 이상범 DB 감독이 김주성에게 “(한국에) 들어올 준비하라”고 주문했지만 김주성은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잘 모르겠다”라며 주저했다. 이 감독이 “너를 코치로 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내 일”이라며 설득하자 김주성은 그제서야 “빨리 불러줘서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지난해 은퇴식을 치른 김주성. KBL 제공
지난해 은퇴식을 치른 김주성. KBL 제공

김주성의 선수 시절은 화려했다. 2002~03시즌 신인왕과 함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경험하는 등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프전 우승 3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2회, 올스타전 MVP 1회, 아시안게임 우승 2회까지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김주성의 통산 블록슛 1,037개는 추격자가 안 보여 ‘불멸의 기록’에 가깝다.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와 지도자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어 이 감독은 “코치가 되면 김주성이라는 선수 때 이름을 지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코치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다”며 “은퇴를 처음 고민했던 5년 전부터 ‘이름을 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다. 프로 1년차라는 마음으로 힘든 부분도 즐겁게 받아들이려 한다”고 했다.

김 코치는 새로운 시작을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28)와 함께 한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종규는 창원 LG를 떠나 DB와 계약기간 5년에 보수총액 12억7,9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써 둘은 대표팀 시절 선후배에서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김 코치는 “다른 건 부담이 없는데, (김)종규를 잘 책임져야 한다는 게 부담”이라며 웃은 뒤 “선수는 ‘완성형’이 없다. 계속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보다 내년, 내년보다 내후년 더 성장하는 종규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종규는 잘 달리고, 신체 능력이 좋은 데 반해 골 밑 장악력이 부족하다”며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외국인 선수와의 협업이다. 1대1 공격을 해서 20점을 넣는 것보다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춰 골 밑에서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도 공격형 선수가 아니라서 외국인 선수를 이용한 움직임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김주성 신임코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주성 신임코치.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 선수단 구성이 확 바뀌어 선수 파악이 우선인 김 코치는 “역시 고인 물이 나가야 새로운 물이 들어오나 보다. 빨리 내가 나갔어야 했다”며 웃었다. 그는 “지도자로 포부는 아직 없다. 지금은 단지 선수들 공을 열심히 잡아주고, 감독님이 맡겨놓은 일을 잘하는 게 먼저다. 전혀 다른 세계로 왔지만 새롭고 재미 있는 세계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원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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