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보험사는 자사 고객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사 고객들의 성별ㆍ연령ㆍ계약 유지 현황 등에 관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 상품을 개발했다. 고객들의 보험 해약 현황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보장항목과 적정 보험료 수준을 산출한 것이다. 가입자는 불필요한 보험을 드는 일을 막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창업컨설팅을 하는 B사는 국내 기업들의 지역ㆍ업종별 대출 규모와 연체율 데이터를 분석해 창업 자금이 필요한 예비 자영업자에게 적정 수준의 대출 규모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가계대출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금융권의 ‘빅데이터’가 자유롭게 활용되면 만나볼 수 있는 혁신 서비스들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보유한 신용정보를 금융사, 핀테크기업, 교육기관 등에 개방해 빅데이터 산업에 기반한 금융혁신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사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보유 데이터를 사고팔거나 이종(異種) 결합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데이터 거래소’도 구축된다.
3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방안을 발표하고 신용정보원ㆍ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및 금융권과 협의에 나섰다.
먼저 ‘금융 빅데이터 개방시스템’ 구축 방안에 따라 신용정보원에 있는 5,000여개 금융사 고객 4,000만명에 대한 신용정보가 외부에 순차적으로 개방된다. 신용정보원은 당장 4일부터 민간의 수요가 많은 은행권과 카드업계 데이터를 개방한다. 200만명의 대출 연체 정보, 카드 사용실적 등이 대상이다. 보험, 기업 관련 신용 데이터는 연말까지 공개된다. 해당 정보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비식별 조치 과정을 거친다. 내년 상반기에는 개별 이용자의 목적에 따라 맞춤식 빅데이터도 제공될 예정이다.
금융 데이터는 개인의 소비ㆍ투자행태와 위험 성향 등을 담고 있는데, 다른 분야보다 정확도가 뛰어나 활용가치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지금은 개별 금융사들이 축적한 금융 데이터는 자사 내에서만 쓰이고 있어 핀테크 업체 등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빅데이터가 개방되면 인공지능(AI)이 대량의 기초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는 ‘딥러닝’ 기술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연방주택금융청과 금융소비자보호국이 주택담보대출에 관한 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는 등 일찍이 빅데이터 활성화에 나섰다.
‘금융 데이터 거래소’는 금융은 물론이고 비금융 산업 정보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시스템으로, 금융보안원 주도로 연내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행할 계획이다. 개별 회사 데이터뿐 아니라 수요자 요구에 맞춰 서로 다른 산업 분야의 데이터를 결합해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컨대 보험사가 보유한 차량 사고처리 정보와 자동차회사의 차량별 안전장치 정보를 결합한 데이터를 보험사가 사들여 안전장치 부착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는대로 이종 산업간 데이터 결합을 수행할 ‘데이터 전문기관’를 지정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개막 행사에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며 “빅데이터 개방으로 금융이력이 부족한 계층이 더 낮은 금리를 적용 받는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포용적 금융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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