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하천 정화사업 모델로… 깨끗한 강변서 영화관람 ‘생생한 환경 교과서’
여름휴가철 대표 피서지 인도네시아 발리에 특별한 영화관이 생겼다. 흐르는 강물 위에서 장면 장면이 흘러가는 ‘강(江) 극장’이다. 극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엉겁결에 우리나라도 일조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발리 남쪽 덴파사르 지역의 최대 재래시장을 바둥과 쿰바사리 구역 두 개로 나누는 투카드 바둥 강에 지난달 25일 밤 영화관이 문을 열었다. 스크린은 다리 밑 교각 사이에 걸렸다. 사람들은 돈을 내고 입장할 필요 없이 스크린이 보이는 강가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에어컨 대신 강바람이 불어온다. 강에 닿은 영화 장면들이 물결에 일렁여 스크린이 두 개처럼 보인다.
강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세계 여러 영화제에 출품된다.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가 개최한 영화제에서 선별된 영화들도 상영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대중화를 목표로 매달 하고 있는 덴파사르 다큐멘터리영화제(DDFF)의 일환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대중들이 보다 친숙하게 다큐멘터리를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강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독특한 추억”이라고 기뻐했다.
강 극장이 기대하는 효과는 또 있다. 지난 몇 년간 발리 지방정부가 추진한 하천 정화사업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이다. 강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노력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은 매일 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어떤 교육보다 살아있는 교사인 셈이다.
투카드 바둥 강은 언제부터인가 다른 이름도 얻었다. 주민들은 ‘투카드 코리아’ 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발리 지방정부가 하천 정화사업을 하기 전에 한국을 모델로 삼고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서다. 실제 투카드 바둥 강가는 언뜻 보면 서울 청계천과 닮았다.
쿰바사리 야시장의 꽃 장수 스리다니씨는 “강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라면서 “강물이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강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강 극장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강에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끔 해줄 것”이라고 DDFF 관계자는 기대했다.
사실 인도네시아 강들은 여전히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이 부족하고 환경보호 인식이 낮아 쓰레기를 인근 하천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이들이 많아서다. 인도네시아 34개 주(州) 하천의 68%가 심각하게 오염돼 있다는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2015년)도 있다. 주된 오염원은 가정에서 배출된 쓰레기였다.
올해 초엔 수도 자카르타의 동쪽에 붙은 브카시의 피상 바투 강 1.5㎞ 구간이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 수 천 톤으로 완전히 뒤덮이기도 했다. 강을 메운 쓰레기 두께가 50㎝로 멀리서 보면 그냥 쓰레기장처럼 보일 정도였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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