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트노프(Alexey Pajitnov, 1955~)가 1984년 6월 6일 퍼즐 게임 ‘테트리스(Tetris)’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후 관련 게임 업계와 테트리스의 팬들은 6월 6일을 ‘테트리스의 날’로 친다.
대단한 이벤트가 있는 건 아니다. 1996년 테트리스 관련 재산권 일체를 사들인 미국 회사 ‘테트리스 컴퍼니’는 이날 특별한 디자인의 테트리스를 선뵈거나 티셔츠 등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곤 한다. 테트리스 게임에 최소 생애의 몇 달쯤은 바친 팬들은 잊은 듯 방치했던 게임 프로그램을 열어 여전히 낯익은 디지털 그래픽 영상과 배경음악에 잠시 취해볼지 모른다. 틈만 나면 동전 오락실이나 PC 모니터 앞에 나란히 앉아 2인용 테트리스로 밥값 내기를 하던 친구의 근황을 잠시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35번째 테트리스의 날이다.
구 소비에트 과학원(현 러시아 과학원) 컴퓨터 연구실의 29세 프로그래머 파지트노프는 업무 틈틈이 비디오게임 프로그래밍을 하는 게 취미였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유년시절 좋아했던 사각형 조각 맞추기 퍼즐인 ‘펜토미노(Pentomino) 퍼즐’이 컴퓨터 게임에 응용하기 좋다는 데 착안, 네 개의 사각형으로 이뤄진 7종의 ‘테트로미노(tetromino)’를 차곡차곡 쌓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문제는 공간이 금세 가득 찬다는 거였다. 그는 문득 한 줄이 완성되면 사라지게 하자는 착상을 했고, 그 덕에 테트리스가 탄생했다.
가정용 PC가 보급되고 80년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보이 등이 인기를 끌면서 테트리스는 역대 최고의 컴퓨터 게임 중 하나가 됐고, 휴대폰 게임 앱 등으로 지금도 건재하다. 컴퓨터 게임 웹사이트 IGN은 2007년 발표한 ‘Top 100 Video Game’ 순위에서 닌텐도의 슈퍼마리오에 이어 2위로 테트리스를 선정했다.
미국 셰필드대 심리학자 톰 스태퍼드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테트리스의 중독성을 ‘미완성 효과(Zeigarnik Effect)’란 말로 설명했다. 완성ㆍ완료된 일보다 덜 끝냈거나 제대로 끝내지 못한 일들을 오래 잘 기억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일컫는 용어다. 지난 35년 동안 테트리스를 완벽하게 끝낸 인간은 없었고, 지난 달 세계보건기구(WTO)는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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