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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 늘었다” 총여학생회 대안 찾는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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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갈등 늘었다” 총여학생회 대안 찾는 대학가

입력
2019.06.04 04:40
수정
2019.06.04 1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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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연세대 폐지 수도권서 전멸

단과대별 성평등위 사업 무산

범대학 페미니스트 그룹 출범하기도

[저작권 한국일보]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총여학생회 학생회실 입구에 놓여 있던 현판이 내부에 보관된 모습. 정준기 기자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 총여학생회실. 한쪽 구석엔 ‘연세대학교총여학생회’라 적힌 핑크빛 현판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난 1월 학생 총투표에서 연대 총여학생회(이하 ‘총여’) 폐지 결정이 나왔다. 폐지 결정이 끝이 아니었다. 자체 활동을 이어가며 이전처럼 총여실을 써 온 연대 30대 총여 ‘프리즘’에 대한 온ㆍ오프라인 공격이 쏟아졌다. 이승아 30대 총여 부회장은 “현판을 뒤집어 놓고 가거나 출입문을 거칠게 흔들어대는가 하면, 온라인 게시판에는 ‘총여실을 불 지르자’ ‘방 빼라’ 같은 글이 계속 올라왔다”고 말했다. 현판을 학생회실 내부로 옮겨야 했던 이유다. 총학생회도 총여실에 대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자체 활동을 이어나가려던 계획도 어그러질 판이다.

연대 총여를 끝으로 서울 지역 총여는 모두 사라졌다. 1984년 서울대ㆍ고려대가 처음 총여를 만든 이후 35년 만의 일이다. ‘여대생’ 자체가 희귀했던 시절을 넘어 2009년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하는 등 ‘총여 무용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미니즘, 미투(#MeToo) 운동에 관심 있는 이들은, 오히려 그래서 총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총여가 모두 소멸된 지 반 년 만에 ‘총여의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총여학생회 운동의 역사. 박구원 기자

◇대학가, 페미니즘 ‘백래시’에 몸살

대안을 찾는 이유는, 총여 폐지 이후 대학 내 페미니즘 갈등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첨예해지고 있어서다. 전형적 백래시(Back Lashㆍ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학생 총투표로 총여를 폐지한 동국대에선 ‘동국대 총여 15학번’이란 성관계 동영상이 돌아다녔다. 총여와는 무관한 동영상이었다. 지난 1월엔 동성애와 여성에 대한 혐오 글이 학생 커뮤니티에 오르기도 했다. 윤원정 전 동국대 총여 회장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따라 총여를 폐지했으나 그 결과 나타난 건 소수자 혐오였다”며 “여성 등 소수자 인권 문제를 다루던 총여가 사라진 데 따른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4, 5월 훼손된 중앙대 반성폭력ㆍ반성매매 모임 ‘반’ 대자보. 중앙대 반성폭력ㆍ반성매매 모임 반 제공

2014년 총여 폐지 이후 총학생회 산하 성평등위원회(성평위)가 총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중앙대의 경우, 성평위가 반발여론에 밀리고 있다. 성평등 문화 확산 등을 위해 단과대 별로 조직위원회를 만든다는 ‘FOC(Feminism Organization in Chung-ang University)’ 사업을 추진했는데 “여성주의를 왜 강요하느냐”는 역풍을 맞았다. 사업이 무산되자 이번엔 중앙대 반성폭력반성매매모임 ‘반’이 집회를 열고 성평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백래시 움직임 속에 총여가 폐지됐고, 그로 인해 소수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모임 결성, 총여재건운동… 대안 찾기 고심

대안 운동은 대학 담장을 넘어서고 있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는 아예 범대학 20대 페미니스트그룹 ‘유니브페미’를 출범시켰다. 윤김진서 성성어 활동가는 “각자도생 공간이 된 대학에서 총여를 재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아예 대학이란 공간을 벗어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대 역시 총여 폐지 과정을 지켜보던 100여명의 학생들이 ‘연대 여성주의자 재학생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들은 최근 정준영의 불법촬영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가수 지코를 섭외한 연세대 축제에 대한 비판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달 28일 오후 '대학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포럼이 열린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포럼에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정준기 기자

여성주의 대신 인권을 내걸기도 한다. 2005년 총여가 사라진 성공회대는 2016년 인권위원회를 만들었다. 학생 대표가 간선을 통해 구성한 인권위는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중재 및 시정을 권고할 수 있는 독립기구다. 여성의 인권에서 학생 사회의 전반적 인권 의식 향상에다 더 큰 강조점을 찍어뒀다.

학술적 연대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여성학회와 서울시립대는 지난달 28일 서울시립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대학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 총여 폐지, 그 너머를 상상하라’ 포럼을 열었다. 여기서 고준우 대학네트워크 대표는 “여총 같은, 전통적인 대학 내 대의기구 재건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공통적 문제 의식을 가진 이들이 학술 네트워크 등을 학교를 넘어 연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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