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로 행동해야” 주문… 전날 이란 대통령도 “대화에 찬성” 입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이란을 향해 “우리는 아무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이란이 정상국가(normal nation)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전날 “미국과의 대화에 찬성한다”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언급에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최고조로 치달았던 두 나라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P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스위스에서 이그나지오 카시스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 의향을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처럼 행동하길 바란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확실히 그런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정상국가로서의 행동’이란 헤즈볼라, 시리아 아사드정권 등에 대한 지원을 이란이 끊어야 한다는 주문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는 (대화 테이블에) 함께 앉을 준비가 돼 있으나, 이슬람공화국 및 혁명 세력의 악의적 활동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전날 미국에 “(상대가) 협상 테이블에 정중히 앉고 국제 규범을 따른다면, 또 협상을 위한 명령이 아니라면 우리는 논리와 대화에 찬성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대화 테이블이 조만간 마련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쳐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 이란 외무부는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 대해 “이란은 말장난(word-play)보다는 미국의 행동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때문에 당분간은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긴장 국면이 지속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양국의 갈등은 브레이크 없이 확산돼 왔다. 미국은 이란 경제제재 강화에 이어 최근 중동에 무력을 증파하는 등 ‘군사적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이란 역시 이에 강력히 반발하는 등 중동 지역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