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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신문 사설 읽기] 부적절한 만남(Inappropriate gathering)

입력
2019.06.03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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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서훈(왼쪽)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5월 29일자 코리아타임스 사설>

Why did intelligence chief meet Moon's confidant?

국정원장은 왜 대통령 최측근과 만났나?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chief Suh Hoon has come under fire for getting together for dinner last week with Yang Jung-chul, one of President Moon Jae-in's closest aides.

서훈 국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과 회동해 논란이 불거졌다.

The controversy over Suh's meeting with Yang, director of the think tank of the ruling Democratic Party of Korea (DPK), erupted following media reports of their "secret" meeting at a restaurant in Gangnam.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양씨가 서 원장과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는 보도가 문제가 된 것이다.

Yang has dismissed all suspicions regarding the meeting, saying it was a private gathering of old acquaintances. Opposition parties immediately raised suspicions that the meeting was to discuss strategies for the general election to be held in April 2020. Main opposition Liberty Korea Party (LKP) Chairman Hwang Kyo-ahn said it was not an appropriate time for the spy chief and Yang to meet, even if it was a private meeting. Many people agree with the LKP's claim that the meeting was highly inappropriate and could be seen as a sign the NIS intends to meddle in the upcoming elections.

양 원장은 옛 지인들의 사적인 모임이었다며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야당은 즉각 2020년 4월 실시되는 총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라 하더라도 국정원장과 양 원장이 만나는 것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매우 부적절했으며 국정원이 내년 총선에 개입하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From the people's point of view, it is very odd that the head of the nation's top intelligence agency would spend time having dinner with someone like Yang, who was only recently named to lead the ruling party's think tank after a long time away from Korea. They had worked together during Moon's presidential campaign, but the timing is not right for the NIS chief and the President's close confidant to meet, with less than a year until the elections. And right now, the NIS chief should be tied up entirely with the security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amid the shaky denuclearization talk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It seems very odd for the NIS chief to have a lengthy dinner meeting with the head of a political think tank under such grave security conditions. Former NIS chiefs have been prosecuted for election meddling and other irregularities, and the people certainly do not want to see a repetition of this shameful side of the NIS.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내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오래간만에 집권여당의 싱크탱크를 이끌기 위해 최근에 지명된 양 원장과 저녁을 먹으며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의아한 일로 보일 수 있다.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시절 함께 일했지만, 총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측근이 만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그리고 지금 국정원장은 북미 비핵화 회담 결렬 후 한반도의 급박한 안보 상황에 전적으로 집중해야 할 때이다. 국정원장이 이처럼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정치 싱크탱크 책임자와 장시간 만찬을 하는 것은 매우 이상해 보인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선거 개입 등 부정 행위로 기소되었고 국민들은 분명히 국정원의 이런 부끄러운 면이 반복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Equally problematic is Yang's behavior and attack on the press. He had said many times that he would stay away from domestic political affairs during Moon's presidency. But he made a political comeback as the head of the ruling party's think tank and one of the first things he did after the appointment was get together with the head of the nation's intelligence agency. Minor opposition Bareunmirae Party Rep. Lee Hye-hoon, head of the National Assembly's Intelligence Committee, underlined the inappropriateness of the Suh-Yang meeting, saying that even she was unable to get Suh's contact number during an emergency, such as when the talk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n leaders collapsed in Vietnam earlier this year. Yang blamed the press for meddling in his private affairs, but his meeting with Suh cannot be categorized as private.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양 원장의 행적과 언론에 대한 공격이다.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여당 싱크탱크 책임자로서 정계로 돌아왔을 뿐 아니라 임명 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국가 정보기관의 장과 만나는 것이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은 올해 초 베트남에서 미북 정상회담 결렬과 같은 비상사태 중에서도 국정원장의 연락처 받을 수 없었다며 양 원장과의 회동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양 원장은 개인 일정에 간섭한다며 언론 탓을 했지만 어떤 경우에든 국정원장과 회동을 사사로운 것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Cheong Wa Dae's reaction is also incomprehensible. The presidential office said it had nothing to do with the meeting. But given that Moon had vowed to separate the NIS from politics from the beginning of his presidency, Cheong Wa Dae's explanation only fuels public discontent toward the President, who has already lost face over a series of embarrassing accidents such as the leaking of details of his phone conversation with U.S. President Donald Trump. As the parties enter election mode, it is particularly important for Cheong Wa Dae to stay out of situations that could trigger suspicions of political interference.

이번 회동과 무관하다는 청와대의 반응도 의아스럽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국정원을 정치와 분리하겠다고 공언해 온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해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 유출 등 잇단 당혹스러운 사고로 이미 체면을 구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부추길 뿐이다. 각 당이 선거 모드로 접어들면서 청와대가 정치적 개입 의혹을 촉발할 수 있는 상황을 아예 차단해야 한다.

안성진 코리아타임스 어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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