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에 관세 부과 엄포… 터키ㆍ인도에도 “개도국 특혜 중단”
미중 싸움에 세계 경제 불안 가중 “장기화땐 한국 성장률 2%대 고전”
‘관세맨(Tariff Ma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극하는 전방위 무역분쟁이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개월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미ㆍ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는데다, 미국은 멕시코ㆍ터키ㆍ인도 등 다른 국가에까지 또 다른 ‘관세 협박’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국제무역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세계 경제에 ‘트럼프발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무차별 관세 협박
2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멕시코를 향해 전면 관세부과 의사를 밝힌 후 미국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31일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1.4%, S&P 500지수는 1.5%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급락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전날 3.8%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5.4% 떨어진 53.50달러로 마감했다.
반면 안전자산의 수요가 급등해,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2.139%로 2017년 9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는 채권 수요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간 달러화에 밀려 상승세가 지지부진했던 금값도 1온스당 1,305달러를 기록, 이달 들어 1.8% 올랐다.
멕시코 관세 부과에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관세 전쟁’이 중국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할 것이라는 불안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인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협정(USMCA)’을 타결한 지 얼마 안 돼, 경제와 무관한 이유로 멕시코에 관세 위협을 날리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인도와 터키도 이미 미국의 관세부과 표적이 됐다. 트럼프 정부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에 따라 그간 인도에 부여하던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5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터키는 지난달 17일부터 GSP 혜택이 중단됐다. 미중 무역협상 전망도 더 어두워지고 있는데다, 멕시코 사례에서 보듯 유럽연합(EU)ㆍ일본 등과의 무역협상에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처럼 다른 의제가 끼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제품생산 구조까지 위협
멕시코를 향한 관세 위협은 미국 기업의 ‘국제 공급사슬(supply chain)’까지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토어스텐 슬로크 수석경제학자는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물량의 67%는 사실상 회사 내부 거래라 볼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비용을 절감했다는 뜻인데,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31일 뉴욕 증시에서는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고 나프타의 무관세 혜택을 보아 온 자동차 업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멕시코로부터 하루 평균 원유 68만배럴을 수입하는 미국 정유사들 역시 5% 관세 부과만으로 일간 2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해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무역량이 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분쟁이 상호간 전면 관세 부과로 이어지고 증시가 불안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2021년 세계 경제는 관세 전쟁이 없었을 경우보다 최대 6,000억달러(약 710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지금보다 무역분쟁이 악화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미국과 중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각각 2.4%와 6%에 머물 것이며, 무역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의 성장률도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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