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거 구조 ‘반지하’의 뉘앙스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극장가는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로 북적거리고, 온라인에선 갖가지 감상평이 넘실댄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기생충’은 상영 첫 주말을 맞은 1일(토요일) 하루 동안 112만6,555명을 불러 모았다. ‘어벤져스’ 시리즈나 명절 대작 영화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나 보던 흥행 성적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해 1일까지 사흘간 누적관객수가 237만7,304명에 달했고, 2일(일요일)에는 300만 고지도 가뿐하게 넘어섰다. 손익분기점(370만명)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같은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기생충’은 일찌감치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 왔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조합이 빚어 내는 막강 파워에 한국 영화 첫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가속 엔진까지 달았다. 칸영화제 수상작은 난해한 예술 영화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기생충’에는 해당하지 않는 분위기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2003)으로 550만명, ‘괴물’(2006)로 1,300만명, ‘설국열차’(2013)로 930만명을 불러 모았다. ‘기생충’이 전작의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벌써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생충’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선 찬사가 쏟아진다. 칸영화제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되고 있다. 가난한 백수 가족과 부유한 IT기업가 가족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계급 충돌이 코미디와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등으로 쉴 새 없이 장르를 바꾸며 스크린 위에 긴박하게 펼쳐진다. 양극화된 한국 사회를 찌르는 통찰과 풍자도 날카롭지만, 장르적 쾌감과 오락성을 갖춘 대중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봉 감독은 칸영화제 수상 기자회견에서 “장르 영화 감독이자 장르 영화 팬으로서 장르 영화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또한 기쁘다”고 말했다.

돌은 그저 돌일 뿐인데 왜 값을 매기는가. 영화 ‘기생충’은 산수경석이라는 소품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기도 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봉테일’이라 불릴 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봉 감독의 영화답게 온라인에선 ‘기생충’ 해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생충 해석’이 아예 포털사이트 연관 검색어가 됐을 정도다. 영화 게시판과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관객들이 올려 놓은 해석 글이 공유되며 2차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흘러가는 대사 한 마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소품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매의 눈’을 가진 관객들이 많다. 더 나아가 ‘N차 관람’ 조짐도 엿보인다. 디테일을 확인하기 위해 재관람했다는 후기가 자주 눈에 띈다.

계급 장벽을 상징하는 ‘선’ ‘냄새’ ‘계단’ 등은 관객들이 특히 감탄하는 설정이다. 산수경석과 모스 부호 등도 은유로 기능한다. 봉 감독은 “현실에선 계층 간 건널 수 없는 선이 짙게 그어져 있다”며 “‘기생충’은 접점이 없는 두 계층이 만나 삐걱거릴 경우 벌어질 수 있는 균열과 파열음을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주인공 이름에도 숨겨진 맥락이 있다. 백수 가족 아빠 기택(송강호)과 아들 기우(최우식), 딸 기정(박소담), 엄마 충숙(장혜진)은 영화 제목 ‘기생충’에서 따온 이름이다. IT기업 박 사장(이선균)과 연교(조여정) 부부가 사는 저택을 지은 건축가 남궁현자라는 이름도 자주 거론되는데 ‘남궁’은 봉 감독이 특히 애정하는 성이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가 맡은 배역 이름이 남궁민수였다. 봉 감독은 “남궁현자는 출연하지 않지만 계속 불리는 이름이라 한 번 듣고도 머릿속에 각인되는 이름이어야 했다”며 “학창 시절 잘생긴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이름이 남궁이었다”고 귀띔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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