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어 치사율 100%... 농식품부, 경기ㆍ강원 등 北 접경지역에 방역 저지선 구축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에서 발병하면서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치사율 100%에, 마땅한 백신도 없는 ASF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혔던 2010~2011년 구제역에 버금가는 충격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북한에서 ASF가 야생동물을 통해 남측으로 유입될 것을 우려해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총력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전파 속도 느리지만 백신 없어 ‘속수무책’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ASF 발병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했다. 지난달 23일 북한 자강도 우시군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신고됐고 이튿날 확진 되면서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출혈성 돼지 전염병인 ASF는 구제역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구제역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소, 염소, 사슴, 돼지 등)에 감염되는 질병인 반면, ASF는 유독 돼지만 걸린다. 또 접촉성 전염병이어서 호흡기성 전염병인 구제역만큼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방 백신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구제역의 경우 발생 시 전파를 막기 위해 발생 지역 인근 우제류를 모두 살처분하고, 그 밖의 지역에는 백신을 투여해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ASF는 백신이 없어 발병 시 확산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비슷한 사례가 2010~2011년 경북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이었다. 당시 구제역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기존 백신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전국으로 확산되며 살처분한 가축만도 348만두에 달하는 등 지금까지 가장 큰 동물 질병 피해로 꼽힌다. 당시 돼지만 330여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도 일단 발병하면 주변지역까지 살처분하겠지만 백신이 없다는 점에서 어떤 피해를 입힐 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우려했다.
◇국내 유입 방지 ‘전전긍긍’
현재로서는 유입 차단 만이 유일한 대책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이재욱 차관 주재로 ‘ASF 방역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북한 발병 이후 접경지역 10개 시ㆍ군에 대한 긴급 방역조치 실시 결과를 점검하고 향후 방역계획을 논의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 접경지역인 경기 강화군, 옹진군,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고,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일제소독, 방역상황 점검, 전화예찰 등 농가 단위 사전예방조치를 100% 완료해 접경지역 353개 모든 양돈농가에 대한 1차 방역저지선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가별 담당관 70개반 143명을 동원해 ASF 의심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소독시설과 울타리 설치 여부, ASF 발생 시 신고요령 등을 교육했다.
다행히 ASF 의심사례는 발견되지 않았고, 울타리 시설은 농가 66%가 설치를 완료해 설치미흡 농가엔 조속히 설치하기로 했다. 접경지역 내 방목을 실시 중인 4개 농장에는 야생멧돼지를 통한 ASF 전파 위험성을 고려해 방목을 금지시켰다. 다만 ASF가 발병한 멧돼지 등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독수리, 매 등 맹금류를 통한 확산 가능성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북, 확산방지 협력 제안에 ‘묵묵부답’
북한은 ASF가 발생했다고 OIE에 보고한 지 사흘이 지난 2일에도 발병 사실을 대내외 매체를 통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농업농촌부가 29일 밝힌 데 의하면 운남(윈난)성 맹해(멍하이)현의 여러 곳에서 아프리카돼지페스트가 발생해 약 40마리 돼지가 병에 걸리고 10여마리가 죽었다”, “(베트남에서는) 2월 초 훙엔주(흥옌성)에서 이 집짐승전염병이 발생한 이래 전국 수십개 지역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며 주변국 상황을 소개한 것이 전부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전달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 협력’ 제안에도 아직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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