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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신속대응팀 “세월호 때보다 잠수 여건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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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신속대응팀 “세월호 때보다 잠수 여건 나빠”

입력
2019.06.02 18:39
수정
2019.06.02 21: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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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수중수색ㆍ6일쯤 인양 시도… 장비 없어 선체에 유실방지망 설치 못해

한국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잠수복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부근 머르기트섬 내에 마련된 신속대응팀 캠프 주변에 걸려있다. 홍인택 기자
한국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잠수복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 현장 부근 머르기트섬 내에 마련된 신속대응팀 캠프 주변에 걸려있다. 홍인택 기자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발생한 지 5일째지만 상황은 변한 게 없다. 헝가리 선원 2명을 포함한 실종자 21명과 함께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한가운데 빠진 ‘허블레아니(인어)’호는 좀체 구조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손발을 맞췄던 베테랑 구조대가 며칠 째 강 기슭만 훑고 있는 사이, 사고 3일째 현장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들의 애간장만 타 들어가고 있다. 기상상황 등 여건이 호전됨에 따라 3일부터 수중 수색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한 가닥 희망이다.

정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은 1일과 2일에 각각 세 차례에 걸쳐 사고 현장 주변을 수색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고 현장으로부터 하류 50㎞까지 수색 지역을 확대했지만 실종자나 실종자를 특정할 만한 유실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신속대응팀 수색 작업을 현장에서 지휘하는 송순근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육군 대령)은 2일 브리핑에서 “수색 과정에서 슬리퍼와 모자 등 6점의 유실물을 발견했으며 헝가리 당국이 DNA 감식 중이지만 실종자 소지품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3일 침몰 유람선 수중 수색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파견한 신속대응팀 가운데 해경 중앙특수구조단,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소방청 긴급구조대 소속 25명은 세월호 참사 당시 수중 수색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잠수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다뉴브강의 수심이 여전히 깊은데다 유속 또한 수중 수색을 하기에는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사고 발생지점 유속은 2일 오전 시간당 4.3㎞이며 사고 지점 수심은 7.6m 수준으로 측정됐다. 전날보다 유속이 느려지고 수심도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중 투입은 쉽지 않은 여건이다. 송 대령은 “유속은 (세월호 침몰 현장인) 진도 맹골수도보다 더 빠르고 수심은 낮지만 비가 많이 내려 시계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면서 “(세월호 당시 보다) 여건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섬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섬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대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실종자 수색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실종자 구조보다는 수색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수색에는 헬기와 고속단정이 동원됐다. 헝가리 재난관리청 소속 헬기에 우리 구조대가 탑승해 다뉴브강 하류 50km까지 훑었으며 고속단정을 이용한 수상 수색에는 베테랑 잠수사들도 참여했다. 헝가리 당국과 세르비아 등 인접국은 500km이상 떨어진 다뉴브강 하류까지 수색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구조와 수색작업에는 오스트리아, 체코, 노르웨이 등 인근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1일 오전 체코측 구조팀이 소나를 투입해 허블레아니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헝가리 당국이 공개한 사진에서 허블레아니호는 강 상류를 향한 채 좌현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강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다. 헝가리 당국과 합동으로 수중드론을 투입하려는 시도는 거센 물살 때문에 실패했다.

수색과 구조작업을 지켜보는 실종자 가족들은 애간장이 녹고 있다. 31일 도착한 뒤로 매일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섬과 머르기트 다리 위에 나와 수색 작업을 지켜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다.

가족들은 무엇보다 허블레아니호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실종자의 유실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현장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선체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수위가 낮아지지 않는 데다 당장 현장에 투입 가능한 크레인 등 장비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하던 강 장관은 2일 귀국하면서 “수색과 구조작업을 위한 현장 상황이 매우 어렵다”면서 “헝가리 측에서 망을 설치하기 어렵다면 그 주변에 구조물을 놓는 방안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수색팀 관계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수색팀 관계자들이 유람선 침몰사고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히 사고 선박의 인양을 둘러싼 이견은 조정됐다. 당초 헝가리 측은 구조나 수중 수색보다 인양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구조팀과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걱정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국 간 논의에서 우리 측 주장대로 수중 수색을 먼저 실시한 뒤 인양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됐다. 송 대령은 “헝가리 정부는 현실적으로 잠수가 어렵기 때문에 선 인양을 주장했지만 인양 과정의 파손 유실 등의 문제를 들어 우리가 강력히 반대했다”면서 “헝가리 측에서는 목요일(6일)쯤 인양을 개시할 복안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3일부터 진행될 수중 수색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우리 구조대는 수중 수색에 대비해 바지선을 허블레아니호가 침몰된 위치 바로 뒤쪽으로 옮겨 놓았고 잠수요원들은 부족한 장비를 헝가리 당국에 부탁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신속대응팀을 지휘하고 있는 송 대령은 “수온이나 유속 등의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면서 수중 수색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날씨가 문제다. 2일 기상정보 사이트 ‘어큐웨더’에 따르면 3일부터 부다페스트 인근에 산발적 소나기와 천둥번개가 예보돼있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수상은 물론 수중 탐색도 어려울 수 있다. 다뉴브강의 유속을 고려했을 때 실종자가 강 하류로 멀리까지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장 대응팀 관계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 외교부는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하류 지역 국가에 협조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발생 나흘째인 1일(현지시간) 체코 구조팀이 소나 장비를 이용해 촬영한 허블레아니 모습. 사진 아래쪽이 다뉴브강 상류로, 현재 선박은 선수가 강 상류를 향하고 있으며 좌현측으로 살짝 기울어져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제공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사고 발생 나흘째인 1일(현지시간) 체코 구조팀이 소나 장비를 이용해 촬영한 허블레아니 모습. 사진 아래쪽이 다뉴브강 상류로, 현재 선박은 선수가 강 상류를 향하고 있으며 좌현측으로 살짝 기울어져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 제공

부다페스트=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부다페스트=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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