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서울 중구 한 주점 룸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던 A씨는 지인 4명, 여종업원 2명과 편을 나눠 말타기 놀이를 하게 됐다. A씨 편인 여종업원은 벽에 기대어 섰고, 말 역할을 맡은 A씨 등 3명은 허리를 굽혔다. 상대편 여종업원 등 2명이 A씨 위에 올라탈 때까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인 B씨가 의자 위로 올라가 점프를 하면서 온몸의 무게를 실어 엉덩이 위로 올라타자, A씨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무릎 관절이 꺾이고 허리뼈가 부러진 A씨는, “치료비 등 1억7,000여만원을 물어내라”며 B씨에게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쟁점은 B씨의 점프 행위가 주의 의무를 위반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위험한 말타기 놀이에 참여한 A씨에게 일부 과실을 인정할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과도한 행동으로 손해를 입힌 B씨의 책임을 물어 배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의자 위로 올라가 점프를 하는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말 역할을 하는 A씨에게 과도한 충격을 가한 잘못이 있다”면서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9,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서도 말타기 놀이에 참여한 과실이 있다면서 40%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말타기 놀이는 주로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초등학교 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하는 놀이이고, 체중이 무거운 어른들이 하는 경우에는 말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충격이 가해져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장소가 주점의 협소한 방으로 말타기 놀이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장소인 점, 음주 상태에서 말타기 놀이를 할 경우 판단력이 약해져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이 증가될 수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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