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한 명이 두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의료계에선 대법원이 네트워크 병원의 영업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척추전문 네트워크병원인 안산튼튼병원 원장 홍모(44)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 지급보류 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홍씨는 2012년 8월부터 의사 박모씨로부터 튼튼병원을 넘겨받아 운영했지만, 공단은 ‘병원의 실제 운영자는 박씨이고, 홍씨는 고용된 의사에 불과하다’는 검찰 수사를 근거로 홍씨에게 진료비 지급거부 처분을 내렸다. 의료법 33조 8항에서 ‘의료인은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홍씨는 해당 병원이 의료인이 개설한 만큼 비의료인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과 똑같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부당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ㆍ2심은 “해당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ㆍ운영된 의료기관이 아니라 요양급여 자체를 실시할 수 없고, 요양급여비용도 지급받을 수 없다”며 공단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홍씨측 주장이 맞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의료인 자격과 면허를 가진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해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의료법(해당 조항)을 위반한 경우라도 그 비용지급을 거부하거나 그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네트워크 병원들의 영업행위를 의료법이 아닌 건강보험법을 근거로 제약해온 의료계 관행에 제동이 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디치과를 비롯한 네트워크 병원들은 같은 상호를 쓰며 진료 기술이나 마케팅을 공유하는 등 프랜차이즈 방식을 차용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자 치과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됐고, 급기야 2012년 의사 한 명이 한 개 병원만 운영해야 한다는 의료법 조항이 신설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고 건전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헌재는 2015년 1월 접수된 이 사건에 대해 2016년 3월 공개변론을 연 뒤 3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환구 기자 redus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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