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용 캠코 사장 인터뷰
“대기업과 달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중소기업은 별다른 구조조정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를 중소기업 ‘DIP(Debtor in Possessionㆍ기존 경영진에게 회사 운영을 맡긴 채 회생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금융’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일시적으로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팔을 걷어 부쳤다. 문창용 캠코 사장은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회생 중소기업들은 손실가능성이 크고 낙인효과가 있어 금융권 경영정상화 자금 지원을 받기 힘든데, 이는 자칫 우수한 기술력이 사장되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적 파급력이 큰 대기업은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주목도가 떨어져 구조조정 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지킴이’를 자처한 캠코는 우선 올해 3,4개 중소 회생기업에 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DIP금융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캠코가 회생기업의 채권을 채권자로부터 인수해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곧장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DIP금융은 회사를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이 경영을 이어 나감으로써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문 사장은 “DIP금융이 활성화 돼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초기 단계”라며 “회생법원과 협의해 지원 대상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는 또 올해 안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모펀드의 ‘앵커 투자자’로도 변신할 예정이다. 문 사장은 “국내에서는 회생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아 실적이 미미한 편”이라며 “캠코가 우선 참여해 연기금 등 안정성 높은 투자자와 민간의 자금 투자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지원 방안들은 모두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캠코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가능한 일들이다. 지난해 11월 발의된 캠코법 개정안은 다양해진 캠코의 역할을 법에 명시하고, 20년째 동결된 법정자본금을 지금의 3배(3조원)까지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야가 다른 이슈들로 대치 상황에 놓이면서 기약 없는 계류 상태다.
국가재산 관리자 역할도 하는 캠코는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대회 물자를 민간에 성공적으로 매각해 ‘흑자 올림픽’을 달성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대회 때 쓰인 물품 1만584점을 매각해 모두 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문 사장은 “대회 기간에만 사용돼 상태가 좋은 노트북, 스마트폰 등이 저렴한 가격에 팔려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으로 2016년 11월 취임한 문 사장은 임기를 5개월 남기고 있다. 캠코법 개정 작업 추진과 부산지역 8개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부산 사회적경제 지원 기금(BEF)’ 조성 등이 임기 중 그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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