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훈수’에다 “존슨, 보수당 대표로 탁월”… 마클 왕자비엔 “못됐다” 막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3일ㆍ현지시간)을 앞두고 영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혼돈에 빠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를 두고 ‘외교적 결례’로 해석될 법한 훈수를 두는가 하면, 사실상 차기 영국 총리를 뽑는 절차인 보수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미국인 배우 출신이지만 지금은 엄연한 영국 왕실 일원인 메건 마클(37) 왕자비에 대해 “못됐다(nasty)”는 인신공격 막말까지 퍼부었다. 취임 후 2년 반 만에 처음 이뤄지는 그의 영국 국빈방문이 반(反)트럼프 물결로 뒤덮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1일 BBC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는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 브렉시트파인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영국은 이미 협상을 끝내야 했다. 공정한 합의를 못 하면 떠나 버리면 된다”고 했다. EU와의 합의에 집착하지 말라는, 다시 말해 ‘노 딜 브렉시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다.
특히 그는 브렉시트시 EU에 내야 하는 분담금, 이른바 이혼합의금 390억파운드(미화 491억달러ㆍ한화 58조여원) 제공을 영국이 거부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는 “만약 나였다면 500억달러를 안 냈을 것”이라며 “영국의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EU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도 늦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타국의 국내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는 외교 관행과는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뿐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대중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선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 “탁월한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보수당은 오는 7일 테리사 메이 총리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후임을 뽑는 경선에 돌입하는데, 여기서 선출되는 새 보수당 대표는 총리직도 자동 승계한다. 결국 차기 영국 총리로 존슨 전 장관을 지지한 셈이다. 가디언은 “외교 규범을 두 차례나 무시하면서 영국 정치에 이례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압권은 영국 해리(34) 왕자 부인 마클 왕자비에 대한 막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선 인터뷰에서 마클이 2016년 미 대선 때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을 떠날 것”이라며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그가 ‘못된 사람’이란 걸 몰랐는데”라고 했다. 뒤이어 “마클은 매우 훌륭한 미국인 출신 왕자비가 될 것”이라는 덕담을 건넸지만, 이 역시 반어법적인 조롱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7월 영국을 찾긴 했으나 당시엔 실무 방문(working visit)이었으며, 국빈 방문(state visit)은 이번이 처음이다. BBC는 “작년 영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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